"한국 사이클 역사상 첫 메달의 꿈을 향해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는다".
1948 런던올림픽 처녀출전 이래 한국은 매 대회마다 발전과 성장을 거듭해왔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적인 스포츠의 대제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며 매번 세계를 감탄하게 했던 한국은 하계올림픽의 대표적인 효자종목 양궁을 비롯, 박태환 장미란 진종오라는 걸출한 인재가 버티고 있는 수영 역도 사격 등의 종목에서 다시 한 번 금빛 전설을 써내려갈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런던올림픽을 향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소리없이 페달을 밟는 이들이 있다. 역대 세 번째 올림픽이 열리는 런던 땅에서 그동안 노메달에 그쳤던 비인기종목 사이클의 한을 풀겠다고 다짐하는 사이클 국가대표팀 이야기다.

▲ 올림픽 노메달의 역사
사람의 힘으로 자전거를 움직여 속도 경쟁에 임하는 경기인 사이클은 인류 문명과 맞닿아있는 특별한 종목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바퀴를 이용하는 사이클은 인간의 힘과 기계의 스피드가 결합한 매력적인 종목으로,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올림픽에서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는 유구한 종목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특히 발달한 사이클은 그동안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종목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사이클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만만치 않다. 1980 모스크바올림픽까지 6~7개 세부 종목에 불과했던 사이클은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총 18개(남자 9개, 여자 9개) 세부 종목으로 크게 늘어나 금메달밭으로 급부상했다.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정상급의 사이클 실력을 갖춘 국가로 손꼽힌다. 그러나 세계무대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림픽에서는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이 사이클에 첫 선수단을 파견한 것은 처녀 출전이었던 1948 런던올림픽 때부터다. 하지만 역대 최고 성적은 2000 시드니올림픽 남자 40km 포인트레이스에서 조호성이 기록한 4위로 아직까지 노메달에 그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에는 사이클에 3개 세부 종목 4명의 선수만을 파견했을 뿐이었고 이들은 모두 메달권과 한참 먼 성적만을 남긴 채 조기 귀국해야 했다.
하지만 2012 런던올림픽을 맞는 사이클 국가대표팀은 지난 대회와는 달라진 모습을 자랑한다. 발전과 성장을 통해 사이클에서 사상 첫 메달을 따내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이번 올림픽에는 트랙과 도로를 합해 남자 6명, 여자 4명 총 10명의 선수들이 출전할 뿐만 아니라 기량도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 대한사이클연맹의 설명이다.
사이클 전용 경기장인 벨로드롬에서 진행되는 트랙 종목과 포장된 도로에서 실시하는 도로 종목, 지형의 기복이 심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등의 산악코스에서 실시하는 마운틴바이크 종목, BMX 전용 경기장에서 작은 자전거로 장애물 통과 경주를 벌이는 BMX 종목 등이 있다.
이 중 한국은 트랙에 남녀 옴니엄, 남자 단체추발, 여자 단체스프린트(경륜, 개인스프린트)에 나서고 남녀 개인도로에 박성백과 나아름이 각각 출전한다.
▲ 조호성, 시드니의 아쉬움 런던서 달랜다
그 선두에는 한국 사이클의 '베테랑' 조호성(38, 서울시청)이 선다. 한국 사이클 첫 메달을 꿈꾸는 조호성은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면서도 올림픽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04년 경륜으로 종목을 전환했다가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2009년 다시 사이클에 복귀, 옴니엄 선수로 새롭게 도전을 시작했다.
조호성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2월 런던에서 열린 국제사이클연맹(UCI) 트랙월드컵 파이널라운드 옴니엄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런던올림픽 사이클 경기가 치러지는 벨로드롬에서 열린 이 대회는 전세계 남자 옴니엄 종목 최강의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 프리올림픽 성격이었기에 조호성의 2위 입상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 선수가 2일간 6종목(250m 플라잉랩 기록경기, 포인트경기, 제외경기, 4km 개인추발, 스크래치, 1km 독주)에 모두 참가한 후 각 종목 순위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가리는 옴니엄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종목이다.

조호성은 오는 8월 4일(한국시간) 오후 6시 플라잉랩 경기를 시작으로 30km 포인트레이스와 제외경기를 시작으로 옴니엄 메달 획득을 위한 페달을 밟는다. 5일 오후 6시부터 시작하는 4km 개인추발과 15km 스크래치 레이스, 1km 독주까지 모두 치러내야 하는 조호성은 시드니에서 이루지 못한 메달의 꿈을 런던에서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힘과 스피드가 빚어내는 가슴 벅찬 조화를 만끽할 수 있는 사이클 경기가 열리는 런던 벨로드롬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순간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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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사이클에 출전한 장선재와 조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