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팀 선발진의 맏형들이다. 슬럼프와 불운으로 고개를 떨구는 경우도 있었으나 아직까지 제 기량을 보여줄 저력이 충분한 선수들인 만큼 팀도 그들을 믿고 있다. 17일 광주구장을 달궜던 '절친' 김선우(35, 두산 베어스)-서재응(35, KIA 타이거즈)의 선발 맞대결 호투 속에는 팀의 탄탄한 신뢰가 함께했다.
김선우와 서재응은 17일 광주 두산-KIA전 선발로 나서 각각 6이닝 4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2개) 무실점, 6이닝 5피안타(탈삼진 8개, 사사구 4개) 2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 지원의 차이로 인해 승패가 갈렸으나 역투를 펼치며 제 몫을 다한 두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들의 대결은 명품 경기였다. 경기는 두산이 KIA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고 4-2 승리했다.
가장 의미 깊었던 점은 팀이 이들을 믿고 마운드에서의 활약상을 기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6승을 거두며 커리어하이 성적을 올렸던 김선우는 올 시즌 전반기 불운과 슬럼프 등으로 인해 좀처럼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선우는 우리 투수진 축을 잡아주는 형님 같은 선수"라며 믿음을 잃지 않았다.

"김선우의 2군행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실력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고질적인 무릎 통증도 있고 운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그라운드 밖에서 김선우는 투수진 맏형으로서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해주는 선수다". 김 감독은 팀의 원정경기 때 김선우의 등판이 없을 경우 원정길 동행 대신 때로 2군 홈경기 관전 및 몸 만들기를 주문하기도 한다. 후배 유망주들도 지켜보면서 본보기가 되어달라는 뜻이다.
김 감독 뿐만 아니다. 정명원 투수코치도 김선우가 최근 호투에도 불구, 승리를 얻지 못했을 때 다독이는 역할을 한다. "자기 위치에 맞게 알아서 잘하는 투수다. 승리도 많이 따내야 할 텐데"라는 이야기를 건네는 이가 바로 정 코치다. 김선우가 선발진의 무게 중심을 잡아줘야 후반기 또다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김선우의 시즌 성적은 3승 5패 평균자책점 5.36(18일 현재). 아직 미진하지만 팀은 김선우를 확실히 믿고 있다.
올 시즌 4승 4패 평균자책점 3.15로 승운이 따르지 않는 서재응에 대한 KIA의 믿음도 탄탄하다. 0-2로 뒤진 6회초 2사 1,2루 위기서 서재응은 대타 오재원의 출장 때 교체될 뻔 했다. 그러나 선동렬 감독은 교체 대신 서재응을 믿었다. 투구수가 제법 많기는 했으나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이 이강철 투수코치를 다시 덕아웃으로 불러들인 후 서재응은 오재원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그러나 후속 타자 정수빈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며 두산의 2사 만루 기회는 무득점으로 끝이 났고 서재응의 시즌 9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경기가 되었다. 삼성 시절부터 한 템포 빠른 투수교체를 지향하던 선 감독이었음을 감안하면 서재응에 대한 팀의 믿음이 얼마나 두터운 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선우와 서재응은 소싯적부터 친했던 죽마고우가 아니라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면서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 케이스다. 실력에 대한 상호 간의 신뢰가 있는 만큼 서로 신의가 돈독한 친구들. 둘 뿐만 아니라 이들의 소속팀도 그들의 실력을 인정하면서 투수진 형님들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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