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추적자’, 복수 성공에도 씁쓸한 이유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12.07.18 07: 33

SBS 수목드라마 ‘추적자’의 손현주가 징역 15년을 구형받으며 ‘기적’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씁쓸함을 안기며 종영했다.
‘추적자’ 애청자들은 백홍석(손현주 분)에게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며 그가 무죄로 풀려나길 바랐지만, 백홍석은 자신의 죄를 모두 시인했고 죗값을 치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시청자들은 백홍석이 풀려나는 해피엔딩을 보며 ‘정의가 승리했다’는 쾌감에 도취되길 기대했지만 ‘추적자’는 이러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보기 좋게 배반했다.
‘추적자’는 부조리한 현실과 권력다툼이 앗아간 딸의 죽음에 분노한 한 아버지가 거대한 음모에 맞서 싸우는 복수극이다. 백홍석이 복수에 성공하며, 딸 죽음의 배후인 대권 주자 강동윤(김상중 분)도 백수정(이혜인 분)을 살인교사한 죄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지만 살인죄와 도주죄, 법정모욕죄가 인정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백홍석의 형량에는 반 정도밖에 미치지 않는 비교적 가벼운 형벌이다.

백홍석이 겪었던 일련의 일들은 드라마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기 보다는 우리 주위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고, 백홍석이 ‘사실상 무죄’임에도 15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딸’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는 손현주의 소시민 아버지 연기는 완벽 그 이상의 경지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소시민을 대표하는 백홍석 캐릭터를 완성시키며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공감을 샀다. 시청자들은 권력층에 맞서는 일개 소시민 형사 이야기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꼈고 부조리한 현실에 함께 분노했다.
‘추적자’에서 억울한 여고생의 죽음,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탈옥, 납치, 그리고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린 대통령 선거, 이 모든 것은 단 한 번의 뺑소니 사고에서 시작됐지만 근본적인 비극은 ‘돈’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백홍석은 친구를 믿고 딸의 수술을 맡겼지만 친구이자 의사인 윤창민(최준용 분)은 돈을 믿었다. 강동윤 측으로부터 30억을 건네받은 윤창민은 절친한 친구를 배신하고 입원 중이던 백수정에게 코데인을 주입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비극은 백홍석과 형제 같은 경찰 동료인 황반장(강신일 분)에게로도 이어졌다. 황반장은 윤창민처럼 처음부터 쉽게 무너지진 않았지만 통장에 10억 원이 입금된 사실을 알고 동요했고, 강동윤에게 탈옥 후 도주 중이던  백홍석의 거처를 실토했다. 후에 황반장이 백홍석에게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절친한 친구와 동료 대신 30억원과 10억 원을 택한 황반장의 배신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분노와 동시에 연민과 공포를 자아내며 폐부를 찔렀다.
지난 17일 방송된 ‘추적자’의 최종회의 마지막 대법원신은 소시민 백홍석의 중형 선고로 느낀 시청자들의 박탈감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며 끝을 맺을 맺었다. 중형을 선고 받은 백홍석은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고 그 순간 홍석의 앞에는 딸 수정이 환영처럼 나타나 아빠를 위로했다. 백홍석은 “아빠 고마워... 아빠는 무죄야”라고 말하며 따뜻하게 웃는 딸 수정을 한참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재판 결과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세상의 풍경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듯 멈춰진 순간처럼 그려진 묵음의 재판장은 시청자들에게 가슴 먹먹한 전율을 일으켰다. 아버지와 딸이 마주 보고 서있는 한 장면만으로도 뜨거운 눈물을 쏟게 만든 이날 엔딩 장면은 씁쓸하면서도 의미 있었던 ‘추적자’의 긴 여정을 한 컷에 응축해내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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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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