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공세' 롯데 불펜, 장맛비에 젖었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7.18 06: 13

거인군단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키던 '믿을맨'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롯데는 17일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2012 팔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3-2로 앞서가던 7회 1사 후 불펜 투수들이 대거 4실점하며 3-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특히 김성배-이명우 등 그동안 롯데 마운드를 굳건하게 지켜오던 불펜 투수들의 난조가 아쉬웠다.
경기 전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이용훈이 던지는 걸 봐야겠지만 조금 안 좋다 싶으면 5이닝 정도에서 끊을 수 있다"고 말해 총력전을 암시했다. 지난주 롯데는 비로 4경기가 연기되고 경기를 가진 2경기도 강우 콜드게임이 선언되는 등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여기에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인 이번 목동 경기도 18일과 19일 비예보가 있어 정상적인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여기에 마지막 승리가 지난 7일 사직 삼성전으로 벌써 열흘이나 승리를 못 거뒀기에 투수진 총력전은 어느정도 예상됐었다.
역시 롯데는 불펜 물량공세로 나섰다. 선발 이용훈의 구위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벤치는 2-2로 맞선 5회 1사 2루에서 곧바로 이승호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이승호는 좌타자인 서건창과 장기영을 깔끔하게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롯데는 빠른 템포로 투수를 교체해 갔다. 3-2로 앞선 6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최대성이 2사 후 볼넷을 내주자 강영식을 투입해 이성열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5회와 6회 실점 위기를 불펜투수 3명으로 모두 막아낸 것. 이제 불펜에 남은 건 올 시즌 가장 성적이 좋았던 김성배와 이명우였다. 7회와 8회를 두 명의 투수로 막고 9회 김사율로 마무리한다는 계산이 서 있었다.
하지만 김성배는 선두타자 오윤에 좌전안타를 내주고 허도환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동점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목동구장 일부 라이트가 또 다시 꺼져 경기가 잠시 중단되며 흐름이 깨지는 불운도 맞았다. 경기가 재개된 뒤 김성배는 김민성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마운드를 이명우에게 넘겼다. 이명우는 1사 1,3루에서 서건창-장기영 두 좌타자에 각각 동점 좌전 적시타와 좌익수 키를 넘기는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두들겨 맞았다. 결국 김수완이 마운드에 올라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내주고 7회를 마쳤다.
롯데가 이날 경기에서 쓴 투수는 모두 7명. 선발투수를 제외하고 불펜만 6명을 썼다. 1군 엔트리에 등록된 투수 가운데 선발요원 4명과 마무리 김사율을 제외한 불펜 전원이 투입되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결과는 뼈아픈 역전패였다. 경기가 끝난 뒤 양 감독은 "그동안 중간 투수들이 잘 던졌는데 우천취소로 감각이 떨어져 힘들어한 것 같다"며 경기감각 저하를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김성배-이명우가 부진한 게 걸린다. 이명우가 46경기, 김성배가 43경기에 출전해 올 시즌 출전수 1,2위를 다투고 있는 가운데 시즌 중반으로 가면서 과부하가 걸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이명우는 7월 4경기서 1홀드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하고 김성배 역시 7월 3경기서 1패 홀드 평균자책점 21.60으로 흔들리고 있다.
불펜 핵심요원인 두 선수는 등판일 만큼 연투도 잦았다. 이명우는 46번의 등판 가운데 20번이 연투였다. 이틀 연속이 15회, 3일 연속이 3회, 4일 연속이 2회나 있었다. 김성배 역시 43번 등판 중 이틀 연속 13회, 3일 연속 등판 5회씩 기록했다. 불펜 투수는 등판 경기나 투구수보다 연투가 더 부담이 된다.
이제 전반기도 단 2경기만 남았다. 비록 짧은 올스타 브레이크지만 롯데 불펜 투수들에겐 꿀맛과 같은 휴식이 될 수 있다. 후반기 롯데가 치고 나가기 위해선 불펜 투수들의 분전이 요구되는 가운데 정대현이 예정대로 8월에 복귀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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