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가 아니다. 클린업트리오도 아니다. 그런데 7번 타자가 한 경기 고의볼넷 두 개를 얻어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수비 시프트를 잡기 어려운 '부챗살 타격'을 지향하는 이원석(26, 두산 베어스)의 잠재된 위력을 알 수 있던 17일 광주 두산-KIA전이었다.
이원석은 17일 광주 KIA전에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1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삼진이 하나 있기는 했으나 다섯 타석 중 세 번의 출루를 성공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채로운 점은 바로 볼넷 두 개가 바로 상대 선발 서재응이 의도적으로 내준 고의볼넷이었다는 것이다.
17일 경기까지 합쳐 서재응의 올 시즌 이원석 상대 성적은 2타수 무안타 3볼넷. 그러나 이원석은 최근 타격감이 두산에서 가장 좋은 타자였다. 이원석의 최근 5경기 타격 성적은 14타수 6안타(4할2푼9리) 4타점으로 뛰어났다. 특히 지난 14일 문학 SK전서는 4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리며 6-7 추격전 선봉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시즌 초반 큰 스윙으로 인해 감이 떨어지며 2군에도 다녀왔던 이원석은 1군 복귀 후 당겨치기 일관이 아닌 '부챗살 타격'으로 다시 감을 찾았다. 전지훈련 당시 "내 타구는 밀어쳤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라며 밀어치는 빈도 높이기에 주력했던 그 이원석으로 돌아왔다.
밀어치는 능력이 좋아지자 이원석은 타이밍을 잡고 몸쪽 공을 당겨치는 능력까지 보여주기 시작했다. 원래 이원석은 광주 동성고 시절부터 컨택 능력에 일가견이 있는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프로 데뷔 당시 감독이던 강병철 전 롯데 감독, 베이징 올림픽 상비군팀을 맡았던 유승안 경찰청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던 컨택 능력이 다시 눈을 뜨고 있다.
"경기 비디오를 봤는데 밀어쳤을 때 더 좋은 공들이 많이 나왔어요. 단타가 되더라도 선행 주자를 1루에서 3루까지 이끌 수 있는. 안타가 되지 않더라도 주자를 한 베이스 더 가게 할 수 있는 타구요. 물론 안타가 훨씬 많으면 좋지만. 부챗살 타법으로 팀에 더 많이 공헌하고 개인 성적도 부쩍 끌어올리고 싶어요".
이론으로는 '밀어치기'라는 단어를 쓸 수 있지만 사실 의도적으로 밀어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투수의 공이 날아오는 것은 찰나이기 때문이다. 배트 스윙이 나오는 각도의 개성이나 타자의 센스 등에 의해 상대가 수비 시프트를 쉽게 잡기 어려운 '부챗살 타법'이 오히려 더 맞는 표현일 수 있다. 이원석의 한 경기 고의볼넷 두 개에는 감 좋은 '부챗살 맹타'가 내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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