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송영규 “저의 몰락을 지켜봐주세요”[인터뷰]
OSEN 김경민 기자
발행 2012.07.18 07: 33

안방극장을 분노에 휩싸이게 해놓고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한 특이한 드라마가 있다.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더 체이서’(이하 ‘추적자’)가 바로 그 것이다.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은 거대 권력에 맞서는 소시민의 모습을 통해 사회의 모순과 역설적인 논리를 아프게 짚고 있다.
‘연기파’ 배우들이 탄탄한 스토리를 뒷받침하며 지난 17일 호평 속에 막을 내린 ‘추적자’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이가 있다. 비열한 검사 박민찬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송영규다. 하지만 송영규와의 첫 만남에서 박민찬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유머러스한 입담에 환한 미소, 푸근한 인상은 박민찬 캐릭터에 대한 미움조차 잠시 잊게 했다. 배우 박신양과 닮은 것 같다는 말에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영광이죠”라며 껄껄 웃는다.
실제 그는 ‘추적자’ 이전 작품에서는 주로 어리바리하거나 착하거나 혹은 엘리트적인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런데 ‘추적자’에서 한순간에 ‘국민 미운털’로 박힐 만큼 악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추적자’ 감독님께 캐스팅 전화가 왔을 때 좋았어요. 그런데 대본을 읽어보니 악역이더라고요. 저에게 악역을 준 것이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한편 그동안 끝에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많이 연기했어요. 변호사, 의사, 검사, 건축사.. 전문적이고 엘리트적인 역할이요. 이번에도 검사잖아요(웃음). 특히 처음에는 2, 3회 출연이라고 하셨는데 계속 써주셔서 감사해요.”
실제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그는 엘리트의 삶을 걸어왔다. 원래 보컬리스트가 꿈이었던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 밴드와 연극반 활동을 했다. 이후 연기에 재능을 발견하고 서울예대에 입학했다. 졸업을 하기 전에 서울시립뮤지컬악단에 입단, 뮤지컬 활동을 하게 됐다. 
‘추적자’ 속 그의 비열한 웃음과 빈정거림을 한번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실제 같은 연기 때문에 요즘 안에서도 밖에서도 하소연을 듣게 됐단다.
“박민찬 캐릭터를 다들 너무 미워해주시니까 좋아요.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해주시는 거잖아요. 아내도 밉다고 하는걸요. 가끔 식당에 가면 옆에 계시던 분들이 와서 ‘박민찬 보면 성질이 난다’며 하소연도 하시더라고요(웃음).”
보통 악역을 맡은 사람들은 역할에 이입한 나머지 실생활에서도 날카로워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현재 박민찬을 연기했던, 아니 박민찬으로 살았던 그에게도 ‘악역 후유증’이 있지는 않을까? 여기에서 그간 연극 무대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들을 수 있었다.
“연극 공연 같은 경우는 긴 호흡이 필요해요. 몇 달을 연습하고 몇 달을 공연하니까 (악역을 할 때)실제로 더 날카로워졌던 것 같아요. 뮤지컬 ‘오셀로’에서 의처증 환자를 연기할 때는 실제로 아내와 트러블도 있었죠. 그런데 드라마는 연극 보다는 호흡이 짧고, 연극 무대에서의 경험들이 축적되다보니까 스스로 컨트롤을 하죠. 물론 예민해지긴 해요.”
최근 브라운관을 통해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는 그에게 네티즌은 ‘엇, 저런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송영규는 그동안 드라마는 물론 연극과 뮤지컬에서 다작을 한 연륜 있는 배우다.
“무대와 방송, 둘 다 완전 매력적이에요. 무대 현장에서 다른 세계의 옷을 입고 관객하고 만난다는 것은 마치 마약 같아요. 힘들지만 계속 무대에 서고 싶게 하거든요. 무대에서의 연기는 약속된 시간과 공간의 범위 내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가능해요. 그런데 드라마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펼쳐지고, 순발력이나 애드리브가 요구되는 것 같아요.”
각본처럼 완벽한 그의 연기에 애드리브가 많이 녹아있었다. 한번은 경찰 역할에게 너무 심하게 연기를 해 편집을 당하기도 했었다. “감독님께서 제 연기 중간에 ‘경찰에게 그렇게까지 하면 안 된다’며 끊으시더라고요”라고 해맑게 말하는 그가 다시금 박민찬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그는 명품 배우들로 가득한 ‘추적자’에 함께 하게 돼 기쁜 마음을 여러 번 표현했다. 특히 배우 박근형은 그의 롤모델이기도 했다.
“롤모델 분들과 함께 연기해서 짜릿짜릿해요. 박근형 선배님처럼 오랫동안 건강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손현주 형님의 연기도 정말 감동적이에요. 저에게는 어려운 분들이었는데 다들 편하게 대해주세요. 연기를 혼자서만 펼치시는 게 아니라 정서적으로 박민찬 연기에 도움을 많이 주세요. ‘마음대로 연기해봐라’라며 격려해주세요.”
그가 생각하는 박민찬의 최후는 어떨까? 그의 입에서는 오히려 극단의 결과가 나왔다.
“박민찬, 시청자로서는 저도 깔아뭉개졌으면 좋겠죠. 하지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더 승승장구해서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박민찬은 분명 콤플렉스가 많은 인물일거에요. 현실적으로 담담하게 사회적 환경 속 부조리한 것들이 안 죽었으면 좋겠어요. 갈등을 이겨내든, 제대로 무너지든 선이 굵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하던 그는 또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 한 마디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저의 몰락을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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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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