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전 끝에 연패 탈출 LG, 승리가 주는 의미는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7.18 10: 14

연패 탈출 이상의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LG가 17일 잠실 SK전에서 3-1로 신승, 마침내 7연패·홈12연패를 끊었다. 이로써 LG는 6월 13일 잠실 SK전 이후 처음으로 홈에서 승리를 맛봤고 7월 1일 문학 SK전에 이어 7월 두 번째 승리도 거뒀다.
이날 LG는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를 올 시즌 처음으로 불펜에서 투입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어느 때보다 승리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비춘 것이다. 6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주키치는 2이닝 3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 팀의 1점차 리드를 지키며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지난 선발 등판에선 포수 김태군과 호흡이 맞지 않아 최악의 투구를 펼쳤지만 이날은 큰 문제없이 김태군과 배터리를 이뤘다.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내야수 김태완도 이날 승리의 주인공이었다. 김태완은 4회말 1사 2, 3루에서 부시의 가운데 직구를 놓치지 않고 완벽한 타구를 날려 2타점 결승타를 뽑았다. 김기태 감독과 김무관 타격코치 등 팀 내 많은 지도자들이 김태완이 부상으로 자신의 재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워하는 중이었다. 비록 좀 늦었지만 김태완은 이번 적시타와 함께 자신의 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렸다. 
하지만 주키치와 김태완의 활약 외에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번 승리는 팀이 연패를 끊고 다시 추진력을 내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즉 탄탄한 수비와 강한 불펜진을 다시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 선발투수 김광삼을 지켜낸 호수비
시즌 초 LG가 상승세를 탈 때, LG 전체적으로 가장 발전된 부분은 수비였다. 내야의 오지환과 외야의 이대형을 중심으로 팀 수비가 짜임새 있게 돌아갔다. 승리를 가져오는 클러치 수비도 심심치 않게 나오며 투수의 뒤를 야수진이 굳건히 지켰다. 그러나 오지환이 잠실구장 그라운드 부적응과 함께 많은 실책을 기록하고 이대형이 타격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면서 LG의 수비는 서서히 균열됐다.
어느덧 팀 실책은 부동의 1위가 됐고 LG와 상대하는 팀은 외야로 타구를 보낼 경우 한 베이스를 더 넘보며 공격적으로 주루플레이를 벌였다. 내야진도 상대의 병살타성 타구를 더블플레이로 연결시키지 못하거나 내야 시프트 타이밍을 놓쳐 상대의 작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정면으로 향하는 라이너성 타구도 어느 순간부터는 제대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이날은 달랐다. 이대형은 2회초 박정권의 좌중간으로 빠지는 것 같은 타구를 전력으로 쫓아가 잡아냈다. 3회초 2사 2루에선 정근우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로 처리했다. 올 시즌 타석에서 아쉬운 모습을 반복하고 있지만 LG는 이대형이 중견수로 자리 잡을 때 외야진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이대형이 중견수 자리에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만큼 이대형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좌익수와 우익수도 편하게 수비에 임한다.
이대형 뿐이 아니었다. 이 경기 전까지 12경기 연속 무실책을 기록하고 있는 오지환은 이번에도 내야진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았다. 서동욱은 자신의 정면으로 향하는 불규칙 바운드 타구를 침착하게 잡아냈고 김태완도 정근우의 강한 정면 타구를 캐치했다. 1루수 이병규(7번) 역시 처리하기 힘든 1루 송구를 능숙하게 포구했다. 내야진 네 명 모두 향후 LG의 주축이 되어야 하는 선수들이란 점을 돌아보면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 ‘유원상-봉중근’ 필승조 건재
지난 10일 봉중근이 20일 만에 1군 엔트리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LG는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원상-봉중근의 필승조를 가동, 승리를 지켜냈다. LG는 봉중근이 이탈한 6월 23일 이후 급격히 하락했는데 봉중근의 공백과 동시에 불펜진이 한 부분씩 힘을 잃었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연패에 빠지는 동안 불펜 에이스 봉중근의 부재가 크게 다가왔다. 선발진도 흔들렸지만 봉중근의 공백이 불펜 과부하의 결과를 낳았다”며 안타까워했다.
LG는 봉중근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날 경기에서 김선규가 롯데 용덕한의 스퀴즈 번트에 당하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고 7월 7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유원상이 끝내 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시즌 초반 봉중근이 마무리투수로 자리 잡기 전에는 큰 동요가 없었지만 봉중근이 13연속 세이브와 함께 철벽 마무리투수로 정착하자 불펜진 전체가 저절로 봉중근에게 의존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돌아온 봉중근은 100% 몸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고 혹사가 우려됐던 유원상도 장맛비로 많은 휴식을 취했다. 4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유원상은 8회 12개의 공을 던지며 홀드를 올렸고 봉중근도 공 17개로 시즌 15세이브를 달성했다. 유원상과 봉중근이 나란히 등판해 팀 승리를 지킨 것은 6월 7일 이후로 처음이다. 
올 시즌 LG는 어느 해보다 강한 불펜진을 구축, 불펜진이 6월 중순까지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한 원동력이 됐다. 불펜진 필승조 유원상과 봉중근이 철벽같은 견고함을 시즌 막판까지 재현한다면 최근처럼 팀 전체가 맥없이 흔들리는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분명 쉽지 않은 승리였다. 타자들은 수많은 득점찬스를 놓치며 여전히 타선에 문제가 많을 것을 느끼게 했다. 그만큼 LG 선수들은 이번 승리를 통해 1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1승을 따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지를 가슴 속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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