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 입장에서도 힘들겠지만 그걸 제대로 받는 것 역시 너무 힘들더라.”
지난 13일 잠실 넥센전 이후 김태군은 무거운 과제를 짊어진 듯 고민에 빠졌다. 당시 김태군은 올 시즌 처음으로 주키치와 배터리를 이루면서 폭투로 기록된 블로킹 미스, 포구 실수, 사인 미스 등 수많은 실책성 플레이를 저질렀다. 물론 당시 주키치의 제구력 또한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날 주키치는 2⅔이닝만 던지고 강판, 한국 무대 데뷔이후 가장 짧은 이닝을 소화한 것과 동시에 사사구 3개와 5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내용을 보였다. 주키치는 자신의 주무기인 우타자 기준 몸쪽 커터의 제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전했다. 게다가 1회초부터 희생번트 타구를 처리하지 못해 내야안타를 내줬고 선취점을 허용하면서 심적으로도 흔들렸다.

김태군 역시 그 날 경기 이후 안타까운 심정은 마찬가지였다. 김태군은 “주키치의 커터를 실제로 받아보면 TV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주키치와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러면서 횡 혹은 종으로 휘어가는 커터를 구분하지 못한 채 받았다”며 “타자들 입장에서도 당연히 치기 힘들겠지만 그걸 제대로 받는 것 역시 너무 힘들었다”고 주키치의 커터를 잡지 못한 자신을 원망스러워했다.
사실 주키치는 지난 시즌부터 베테랑 포수 심광호를 전담포수로 두고 있다. 투수마다 선호하는 포수의 체형이 다르지만 주키치의 경우, 자신과 마찬가지로 신장이 큰 포수를 좋아했고 심광호의 리드를 신뢰했다. 일단 LG에서 심광호 만큼 주키치의 커터를 제대로 포구할 수 있는 포수가 없었다.
심광호는 주키치의 커터에 대해 “일반적인 투구를 포구하듯 주키치의 커터를 잡으면 볼 판정이 나기 쉽다. 주키치의 커터를 잡을 때에는 반드시 주심이 공을 끝까지 볼 수 있도록 시야를 확보해줘야 한다. 글러브 안쪽까지 보이게 커터를 잡아야만 주심이 스트라이크존 끝을 지나간 궤적을 파악하고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린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심광호가 무릎 수술로 팀에서 빠져있는 상태고 윤요섭은 포수로서 보다 발전하기 위해 전반기까지는 2군에서 포수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로선 김태군 외에는 주키치와 호흡을 맞출 포수가 없다.

결국 김태군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김태군은 포수로서 주키치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고 17일 주키치의 불펜 등판에서 지난번보다 나은 호흡을 보였다. 경기 후 김태군은 “경기 전에 주키치가 불펜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키치와 대화를 많이 했다”면서 “일단 주키치한테 지난 등판에 대해 사과했다. 내 잘못이라고 말하고 함께 해결점을 찾아갔다. 확실히 이제는 어느 정도 커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팀 승리와 함께 웃음을 보였다.
김태군은 항상 포수란 자리에 대해 “경기가 안 풀리면 전적으로 포수탓, 경기가 잘 풀리면 투수가 잘해준 덕분인 게 포수다”고 말하곤 한다. 결코 돋보이기 힘든 자리이자 지나치게 돋보여서도 안 되는 자리라는 뜻이다. 이어 김태군은 올 시즌 감독 추천으로 차음 올스타전에 출장한 것과 관련해 “물론 기쁘지만 내가 올스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시즌 120경기 이상은 선발로 나가봐야 그 포수가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올스타 이후 시즌 후반까지 엔트리에 남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태군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에이스 주키치와의 호흡을 완벽하게 해야한다. 김태군이 주키치의 커터를 제대로 포구한다면, 포수진 강제 리빌딩 속에서 김태군의 자리도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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