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최동수가 보여준 '잃어버린 SK 주루플레이'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7.18 06: 11

8연패 후 3연승을 달리던 SK 와이번스가 상대의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에 고개를 숙였다.
SK는 17일 잠실 LG전에서 1-3으로 패했다. 4회 공격에서 이호준의 좌중간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지만 수비에서 바로 김태완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아 역전을 허용했다. LG가 2-1로 앞선 상황은 이후 8회초까지 유지됐다. 그 사이 SK와 LG는 절호의 득점 찬스를 놓쳤다. 답답한 공격 흐름. SK는 동점, LG는 쐐기 득점 찬스가 절실했다.
결국 8회말 최고령 타자 최동수가 잠깐 등장한 것이 승부의 추를 LG로 급격히 쏠리게 만들었다. 이진영의 대타로 나선 최동수는 최근 5경기 연속 등판한 이재영의 볼이 높게 들어오자 우중간 안타로 연결했다. 그런데 타구가 날아가는 방향을 주시하며 뛰던 최동수는 좀처럼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1루를 돌아 2루로 내달렸다. SK 중견수 김강민이 볼을 잡아 바로 2루를 향해 던졌으나 최동수는 슬라이딩 없이 2루 베이스를 찍었다.

최동수는 바로 대주자 김일경과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김일경은 김태완의 2루 땅볼 때 3루까지 진루했고 김태군의 푸시 번트에 의한 스퀴즈 플레이 때 홈을 밟았다. 단순한 1점이 아니라 SK의 추격의지를 꺾는, 이날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점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최동수의 주루플레이가 승부의 결과를 예감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두 가지. 바로 '최동수'라는 선수와 '주루플레이'다.
최동수는 누구보다 상대 SK를 잘 알고 있다. 지난 2010시즌 도중이던 7월 SK로 트레이드가 됐다가 지난 시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다시 LG 유니폼을 입었다. 비록 1년반 정도였지만 SK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 사이 우승과 준우승도 한 번씩 경험했다.
최동수는 그동안 SK 선수들에게 여러 면에서 찬사를 보냈다. 한마디로 "선수 개개인들이 이기는 법을 잘 알고 있으며 경기를 풀어갈 줄 안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는 "한 베이스 더 가는 공격적인 주루플레이의 생활화"도 포함돼 있었다.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이 알게 모르게 상대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다시 LG로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SK에서 배운 적극성과 상황에 따른 판단력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최동수는 SK 선수들이 보여줬던 베이스러닝을 보여준 셈이다. 자신이 발이 느린 타자라는 점을 알고 볼을 향해 달려가던 SK 외야수들이 방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SK 관계자는 "SK 선수들이 잊고 있던 주루플레이를 최동수가 보여줬다"고 말하면서 "지금 SK 야수들에게서는 예전 '한 베이스 더 가려는 적극적인 주루플레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예를 들어 2루타를 치고 나서도 빈틈이 보이면 언제든 3루로 달려가기 위해 2루 베이스까지 전력으로 달렸다. 그러나 올해는 1루를 돌아 2루 베이스가 가까워지면 속도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격적이고 과감한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SK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선수들이 매너리즘에 빠졌을 수도 있다. 또 안정성을 지향하고 과감하게 뛸 수 없는 덕아웃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아닌지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경쟁을 통해 자연스런 전력 상승을 꾀할 필요가 있으며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독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연 SK가 최동수의 주루플레이를 통해 다시 적극성의 중요성을 깨달았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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