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남는 QPR의 亞투어...질서·의식 '눈살'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07.18 19: 30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가 아시아 투어 첫 무대서 완벽한 경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QPR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리카스 스타디움서 아시아 투어 첫 경기를 가졌다. 사바주 올스타팀을 상대로 한 경기서 QPR은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며 5-0 대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경기 내용은 좋았다. 마크 휴즈 QPR 감독도 "좋은 시험이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경기장도 3만 여 명의 관중들이 좌석을 가득 메워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주위의 여건은 그렇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에어아시아에서 추진한 경기였다. 말레이시아의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는 QPR을 통해 아시아 전체로 시장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뒷면에 감추어진 모습은 개발도상국인 말레이시아와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의 수준을 그대로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대충 대충' 이루어졌다는 것. 엄연히 경기장 티켓 가격이 벽면에 붙어 있고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입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지만 검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는 얼굴이면 슬쩍 입구를 열어주었다. 과연 VVIP석으로 들어간 초대 손님들의 안전이 제대로 보장될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보안이 생명인 축구 경기장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질서도 엉망이었다. 많은 팬들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혼잡한 모습을 연출했다. 경기 후에는 차량 통제가 전혀 없어 주변 교통이 완전히 마비됐다. 심지어 일부 차량은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도로 연석을 넘어가다 중간에 걸려 멈추어 버리는 황당한 사고를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경기장 안이 문제였다. 경기장 벽면 곳곳에 금연 표시가 붙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꺼내 물고 당당히 피고 다녔다. 이를 제지할 관리 요원들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담배에 불을 붙이기 바빴다. 관리 요원들은 심지어 선수들이 입장하는 중앙 통로에서도 담배 연기를 뿜어대기 일쑤였다.
상대편 사바주 올스타팀의 행동도 눈에 거슬렸다. 이벤트 형식을 띤 경기임에도 자신들이 골을 허용하기 시작하자 거친 플레이로 QPR을 괴롭혔다. 박지성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나동그라졌다. QPR 의료진은 그라운드를 오가기 바뻤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사바주 올스타의 한 수비수는 잇달아 실점한 골키퍼에게 욕설인 주먹감자를 날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분명 QPR은 축구계에서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팀이다. 그만큼 그들이 뛰는 곳의 수준도 보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 투어 첫 경기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에어아시아는 프리미어리그 팀이라는 QPR의 이미지를 받아 들이기에 바빴다. 반면 QPR의 방문을 준비한 에어아시아의 세심한 배려는 부족했다.
아시아 전체로 세력을 확대하려는 에어아시아에 떼어 놓을 수 없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저가항공'. 흔히 '싸면 안 좋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가 비슷한 경우였다. 개발도상국에서 치르는 만큼 질서와 의식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들의 무대를 확장하려는 에어아시아로서는 '싸면서도 좋다'라는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단번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조금씩 단계를 밟고 나아가야 바뀐다. 이제 QPR은 에어아시아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차후 에어아시아가 QPR을 잘 활용해 '싸고 좋은 항공'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수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sports_narcotic@osen.co.kr
코타키나발루=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