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효과는 전력과 홍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는 우리나이 불혹에도 불구하고 15경기에서 4승5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고 있다. 피로 누적으로 한 차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른 것을 제외하면 팀 내 유일하게 빠짐없이 선발진을 지킬 정도로 한화에 없어서는 안 될 전력이 됐다. 그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팀 내 동료 선수들에게 직접 전해주는 그의 생생한 조언이 또 다른 '박찬호 효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우천으로 연기된 지난 17일 대전 한화-삼성전.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박찬호는 팀 내 후배 투수 마일영(32)과 캐치볼로 몸을 풀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공 주고 받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박찬호는 포수처럼 자리에 앉아 공을 받고 "힘을 더 주라", "제대로 꺾어야 한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직접 다가가 그립까지 세심하게 가르쳤다.
마일영은 "요즘 변화구가 잘 안 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며 "컷패스트볼(커터)에 대한 조언이었다. 나도 5년 전부터 커터를 던지고 있지만 주무기는 아니다. 변화구를 잡고 던질 때 더 깊숙하게 잡아 회전을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했다. 커터가 제대로 꺾이지 않고 직구처럼 밀어넣고 있는 게 문제였다"고 내용을 밝혔다.
이어 그는 "잘 될 때는 모르겠지만 요즘 안 좋은 상황이다. 기본적인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원래 찬호형이 조언을 많이 해준다"고 덧붙였다. 박찬호도 "별 것 아니다. 기본적인 것이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부분이라도 선수가 선수에게 조언해주는 건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는 "찬호가 팀의 일원으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해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코치가 선수에게 조언하는 것과 선수가 선수에게 조언하는 건 분명 차이가 있다. 찬호가 그런 점에서 팀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만 43세까지 최고령 선수로 활약한 송 코치는 베테랑의 조언이 미치는 긍정적 힘을 잘 알고 있다.
투수들 뿐만이 아니다. 경기에 나서지 않는 날에는 덕아웃에서 야수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한다. 박찬호는 "내가 투수이기 때문에 투수들의 심리적인 부분을 야수들에게 이야기 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팀이 워낙 안 풀리다 보니까 찬호형이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찬호형의 격려가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한화는 최하위로 떨어져있다. 하지만 야구는 올해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박찬호의 조언은 한화의 앞날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waw@osen.co.kr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