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쳐서 써야 하네, 가르쳐서".
18일 대전구장. 삼성과 홈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은 덕아웃을 지나가던 통역을 불러 한마디했다. "션 헨은 아직도 선발이 자신있데?". "자신있어 한다"는 대답에 한 감독은 "언제까지 말로만 자신있어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잠시 후 션 헨은 송진우 투수코치로부터 1대1로 집중 지도받았다. 직구-슬라이더로 구종이 단조로운 션 헨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한 것이다. 현역 시절 체인지업으로 재미를 본 송진우 코치가 통역을 통해 그립 잡는 것부터 세심하게 가르쳤다. 송 코치는 "션 헨이 여기에서만 야구할 게 아니기 때문에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바라본 한대화 감독은 "송 코치가 열심히 가르치네. 외국인선수를 가르쳐서 써야 하니…"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즉시 전력이 되어야 할 외국인선수에게 코칭스태프에서 간단한 어드바이스 정도는 해줄 수 있지만, 하나 하나 가르쳐야 되는 지금 상황은 분명 아이러니. 팀은 최하위인데 외국인선수를 육성하는 식으로 쓰고 있으니 지켜보는 감독의 마음은 답답할 뿐이다.
지난달 브라이언 배스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들어온 션 헨은 13경기에서 1패1홀드 평균자책점 7.98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가 있는 상황에서 최근 2년간 불펜으로만 뛴 션헨을 데려온 것부터 넌센스였다. 션 헨은 양훈이 2군에 내려간 후였던 지난 12일 잠실 두산전에 첫 선발등판했으나 3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다음 선발등판은 미지수. 한대화 감독은 "구종이 단조롭고, 볼 개수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2년간 불펜으로만 뛰었던 탓인지 션 헨은 많은 투구수를 소화하기 어렵다. 12일 두산전에서도 62개의 공만 던졌다. 한 감독은 "2군에 있는 양훈과 유창식이 후반기에 정상적으로 들어오면 션 헨을 선발로 쓰기 어렵다"며 그를 불펜으로 기용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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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