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숙 혁신위원장, "여자농구 곁에 항상 내가 있겠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7.18 20: 54

"여자농구가 잘 되야 한다. 그 곁에 항상 박찬숙이 있겠다".
박찬숙(53) 혁신위원장은 의욕적이었다. 1984 LA올림픽의 영웅이자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인 박찬숙은 자신에게 맡겨진 '여자농구 혁신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위치의 중요성과 무거움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18일 오후 4시 등촌동 소재 WKBL 대회의실(3F)에서 박찬숙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여자농구 혁신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여자농구 혁신위원회는 최경환 신임 WKBL 총재의 직속기관으로서 위기에 처한 한국 여자농구계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취지 하에서 출범한 일종의 '비상대책위원회'다. 한국 여자농구계가 자신들이 놓인 처지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마주보고 개선해나가기로 했음을 보여주는 첫 걸음이기도 했다.
출범식에서 만난 박 위원장은 그동안 자신이 한참 뒤에 물러나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내가 부족한 탓이겠죠. 일찌감치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됐어야하는데 대한체육회에 있다보니…"라며 말끝을 흐린 박 위원장은 위원회에 몸을 담게 된 심경을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 말 그대로 여자농구는 박 위원장에게 있어 고향과도 같은 존재다. 대한체육회 부회장이자 국제선수평가그룹(International Player Evaluation Group)인 이아이팩의 대표이사로 활동하면서 여자농구와 잠시 떨어져 있었지만 그가 한국 여자농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그리움은 엄청났다.
그도 그럴 법한 것이 박 위원장의 표현대로 한국은 세계 여자농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그는 역사에 남을 순간을 만들어낸 영웅 중 한 명이었다. 1984 LA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과 함께 한국 구기 사상 첫 은메달을 따낸 여자농구의 에이스였던 박찬숙은 시상대에 걸려있던 태극기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영광의 기억이 진하게 남아있는만큼 현재의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박 위원장은 지금 여자농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국제농구연맹(FIBA)은 한국이라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이 우리를 보고 그렇게 하겠느냐"며 개탄의 심경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실망 위에 희망을 덧칠했다. "바닥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다시 올려놓기는 쉽지 않겠지만 여자농구를 아끼는 이들의 애착과 사랑으로 열심히 뛰면 잘 되지 않겠나"고 덧붙인 박 위원장은 자신의 양 어깨에 진 짐이 부담스럽고 무겁게 느껴진다고 실토했다.
박 위원장은 "여자농구를 생각하면서 발전을 위해 심도깊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이 무겁다"면서도 지금보다 더한 싫은 소리도 들을 각오가 되어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과거의 영광을 현재에 다시 재현해내기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박 위원장. 그의 말처럼 한국 여자농구가 잘 되기 위한 장도에 박찬숙이라는 이름이 흔들림 없이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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