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최악의 피칭' 8실점 류현진, 무엇이 문제였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7.18 22: 03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이 프로 데뷔 후 최악의 피칭으로 무너졌다. 한 경기 개인 최다 8실점으로 자멸한 것이다. 
류현진은 1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2이닝 9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졌다.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실점, 최소 이닝 타이기록으로 최악의 피칭을 했다.시즌 5패(3승)째를 당하며 평균자책점이 3.51로 치솟았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 10일만의 등판, 잃어버린 영점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의 가장 최근 등판은 지난 8일 대전 SK전. 이로부터 정확히 열흘이 지나 마운드에 올랐다. 거듭된 우천 연기로 선발등판 일정이 뒤로 밀렸다. 당초 등판 날짜였던 지난 14~15일 사직 롯데전이 연이틀 우천 연기됐고, 일정이 재조정돼 이날에야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대전 지역에는 태풍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예보돼 있었다. 경기 전 류현진도 "오늘 비가 오고, 내일 경기하는 게 낫다"며 내심 우천 연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다는 걸 은연 중에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경기는 오후 6시30분 예정대로 들어갔다. 
날이 어둑어둑한 가운데 류현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1번타자 배영섭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박한이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이승엽에게 깨끗한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허용했다. 이후 박석민과 최형우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박석민에게 1~3구 볼 이후 5구째 볼넷, 최형우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 진갑용에게 던진 초구 볼까지 6연속 볼로 류현진답지 않게 제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 한가운데 실투, 피홈런으로 직결
계속된 1사 만루 위기. 류현진은 볼카운트 2B2S에서 진갑용에게 5구째 서클체인지업을 던졌다. 그러나 체인지업은 떨어지지 않으며 가운데로 몰렸고 진갑용이 깨끗한 2타점 좌전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이어진 1사 1·2루 강봉규 타석에서도 류현진의 2구째 141km 직구는 가운데 높은 코스로 딱 치기 좋게 들어갔다. 강봉규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류현진의 1회 6실점은 지난 2006년 데뷔 후 처음이었다. 한 이닝 6실점은 지난해 4월8일 대전 LG전에서 4회 6실점한 적이 한 번 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1회 시작부터 6실점이라는 게 충격적이었다. 2회에도 류현진은 박한이와 최형우에게 맞은 안타 모두 가운데 몰린 실투성 직구였다. 
3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그러나 선두타자 조동찬에게 던진 초구가 그대로 직격당했다. 초구 128km 서클체인지업이 높게 몰렸고, 조동찬이 정확하게 받아쳐 중앙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 솔로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류현진의 올 시즌 10번째 피홈런. 송승준(롯데·11개) 다음으로 많은 피홈런으로 이닝당 피홈런이 0.95개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기록한 6년 통산 9이닝당 피홈런 0.66개를 훨씬 능가한다. 
▲ 느려진 스피드, 사라진 강력함
류현진은 이날 총 70개의 공을 던졌다. 그 중 직구는 33개 뿐이었고, 체인지업(23개)·커브(10개)·슬라이더(4개) 등 변화구 비율이 더 높았다. 결정적으로 볼 스피드가 나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 지난 4월19일 청주 LG전과 5월19일 대전 SK전 148km가 올 시즌 가장 느린 최고 구속이었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2km 더 느렸다. 
최근 2경기에서 150km 이상 강속구를 뿌린 류현진이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직구 비율 자체가 높지 않았고, 볼끝이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투구 밸런스가 평소보다 좋지 않은 탓인지 제구 뿐만 아니라 볼끝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류현진 특유의 강한 피칭이 되지 않으며 변화구 위주로 갔고, 제구마저 되지 않자 집중타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에게는 최악의 하루였다. 올해만 벌써 5점 이상 대량실점 경기가 3번째라는 점에서 류현진의 강력함이 예년만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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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준형 기자 sou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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