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프로 속 간접광고, 이른바 PPL(Place in Placement) 시장에서도 대박과 쪽박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높은 시청률의 인기 드라마에 멋지게 등장해서 시청자 눈도장을 받는 상품이나 가게들이 있는 가 하면, 수 억원의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별다른 광고 효과를 얻지 못하는 사례들도 부쩍 증가하는 추세다.
PPL은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때문에 부담 없이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대가로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마케팅 기법이다. 방송 PPL은 지난 2010년 1월 합법화된 이후로 드라마 제작사 및 방송사에 짭짤한 광고수익을 가져다주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SBS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이하 신품)에는 커피&디저트 카페 망고식스가 등장한다. 극중 이정록(이종혁 분)이 운영하는 카페로 나오는 망고식스는 김도진(장동건 분)과 서이수(김하늘 분)의 운명적 첫만남이 이뤄진 곳이자 서이수가 유리창 키스를 선보인 장소. 최근에는 임메아리(윤진이 분)가 이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신품’의 주요 거점지대이자 ‘핫’ 플레이스로 거듭났다. ‘신품’의 모든 인물들이 한 번씩은 다 다녀갔을 정도로 장소협찬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망고식스는 드라마 매회 선명한 로고와 함께 음료 메뉴까지 꾸준히 노출시키며 홍보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어온 당신’(이하 넝굴당)에도 극중 주요 공간이 PPL로 등장해 ‘대박’을 친 사례다.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는 방이숙(조윤희 분)과 천재용(이희준 분)의 일터이자 두 사람이 알콩달콩 서로의 마음을 키워가는 장소로, 점장 천재용과 곰팅이 방이숙 커플, 즉 ‘천방커플’이 주목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높은 홍보효과를 얻고 있다. 극 중 레스토랑 직원들의 활기차고 화목한 분위기는 블랙스미스 이미지와 직결돼 시청자들에게 레스토랑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며, 이는 블랙스미스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품 효과’ 못지않은 ‘넝굴당 효과’다.
장소 뿐 아니라 드라마 속 인물들이 사용하는 소품들도 온라인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에 오르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신품’에서 김도진의 애마 ‘베티’는 ‘장동건 차’로 불리며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상황. ‘베티’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뉴 ML63AMG으로, 주인 장동건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 하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유령’의 소지섭이 타는 차도 마찬가지. 쌍용자동차의 렉스턴W는 ‘소지섭 차’로 불리며 완판 대열 합류를 예고하고 있다.
반면 과도한 PPL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승기의 도넛 먹는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던 드라마 ‘더킹 투하츠’는 ‘던킹 돈허츠’라는 불명예스런 별칭을 얻었다. 드라마는 “도넛이 조연배우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웃지 못할 지적을 받을 정도로, 특정 상품 노출을 위한 억지설정이 반복돼 논란이 일었다. 결국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는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SBS ‘고쇼(GO SHOW)’는 스튜디오에 MC 고현정이 광고하는 ‘Re:NK(리엔케이)’ 화장품이 놓인 화장대를 무대 세트 일부로 설치해 논란이 됐다. 게스트들이 토크를 이어가는 동안 꾸준히 카메라에 노출되는 화장품 브랜드 로고가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 PPL을 명분 삼아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상품 노출을 지속할 경우, 이는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을 방해할 뿐 아니라 해당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도 떨어트리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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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품’, ‘넝굴당’, ‘더킹 투하츠’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