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옥외 스포츠 중 공의 겉넓이와 질량이 작은 편에 속하는 야구. 그만큼 외부 변수인 바람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18일 KIA 타이거즈의 두산전 강우콜드 승리 시 2회 추가 4득점에는 바람도 큰 영향력을 끼쳤다.
KIA는 지난 18일 광주 두산전서 1회 2득점, 2회 4득점을 뽑아내며 일찌감치 기선 제압에 성공, 7-4 5회 강우콜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KIA는 시즌 전적 35승 4무 35패(18일 현재)를 기록하며 다시 5할 승률을 맞췄다.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은 1회말 선두타자 우월 솔로포를 때려낸 이용규. 그러나 3회초 두산이 4득점을 만회하며 추격권에 돌입했다는 점을 2회 쐐기 4득점은 굉장히 뜻깊었다. 특히 득점 과정에서 타자들의 컨택 능력은 물론 센 바람의 기운도 함께 실려 있었다.

2-0으로 앞선 2회말 홍재호의 중전 안타와 안치홍의 좌전 안타 등으로 2사 1,2루 쐐기점 기회를 잡은 KIA. 후속 타자 김원섭은 2스트라이크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깎아치듯이 상대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3구를 공략했다. 이는 좌익선상으로 뜨는 타구가 되었다.
당시 광주구장은 태풍 카눈의 상륙 영향으로 인해 외야 좌측에서 우측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김원섭의 타구 궤적은 점차 그라운드와 수직에 가까운 선을 그리며 상대 좌익수 김현수의 글러브를 외면한 채 좌익선상 2타점 2루타로 돌변했다. 2아웃이었던 만큼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기는 어려움이 없었다.
뒤를 이은 김상현의 타석. 김상현은 니퍼트의 초구 바깥쪽 높은 직구(150km)를 그대로 때려냈다. 이는 우측 담장을 넘는 비거리 105m 짜리 쐐기 투런으로 이어졌다. 김상현 본인에게는 부상 복귀 후 시즌 첫 홈런이자 2011년 9월 24일 광주 두산전 이후 298일 만의 홈런포였다.
쐐기 투런의 주인공 김상현도 바람의 영향을 인정했다. 경기 후 김상현은 “원래 정확히 맞추는 데 주력하려 했으나 2아웃에 찬스였던 데다 4점 차로 여유가 있던 만큼 과감하게 스윙했다”라며 “사실 바람의 영향도 받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구장 외야 관중석 위 깃발이 세차게 펄럭일 정도로 2회 동안 좌측에서 우측으로 부는 바람의 세기는 꽤 센 편이었다. 김상현의 밀어친 타구는 바람의 힘까지 더해지며 값진 홈런으로 이어졌다.
바람의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이 또한 경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김원섭의 내려찍은 타구와 김상현의 밀어 친 타구. 방향은 달랐으나 이는 날씨의 도움을 받아 팀의 값진 승리를 이끄는 천금 타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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