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패가 반복되지 않을 것인가.
LG의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가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잠실 SK전에 선발 등판, 지난 13일부터 일주일 동안 3경기에 나선다.
이로써 주키치는 2년 연속으로 일주일에 3번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주키치는 작년 7월 5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했고 7일에는 한화를 상대로 구원 등판, 10일 잠실 KIA전에서는 선발 등판했다. 당시 주키치는 5일 선발 등판 때는 8이닝동안 123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했고 7일 불펜 등판에서는 2이닝 24개의 투구수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10일에는 6⅔이닝 동안 투구수 120개,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팀 입장에서 에이스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올스타브레이크로 인해 휴식이 확실하게 보장된 상황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게다가 LG는 지난 한 달 동안 급격히 추락했다. 즉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스윕한다면, 3연승이 그 무엇보다 달콤한 선물로 다가올 것이다. 아직도 LG 선수들에겐 지난 시즌 넥센에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모두 내준 아픈 기억이 있다.
문제는 지난 시즌 주키치가 일주일 3번 등판 후 시즌 끝까지 후유증을 앓았다는 것이다. 주키치는 작년 7월 5일부터 7월 10일까지 일주일 3번 등판을 전후로 완전히 다른 성적을 남겼다. 7월 5일 이전까지 주키치는 15경기에 선발 등판해 90⅓이닝 소화 5승 3패 평균자책점 3.19으로 맹활약했다. 7월 7일 불펜 등판 후에는 평균자책점이 2점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7월 10일 선발 등판 이후 14경기·80⅔이닝을 던지며 5승 4패 평균자책점 4.35으로 평범한 선발 투수가 됐다.
물론 투구이닝과 투구수를 놓고 보면 작년과 올해는 차이가 크다. 지난해에는 3번째 등판에 임하기 전 2경기에서 총 10이닝·투구수 147개를 기록했다. 올해는 4⅔이닝·투구수 82개다. 선발 등판한 13일 잠실 넥센전에서 포수와 의사소통 문제를 일으키며 겨우 2⅔이닝만 던지고 강판됐기에 17일 구원 등판에 나설 수 있었다. 비록 등판 간격은 짧아도 올해 더 나은 조건에서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주키치는 17일 잠실 SK전에서 6회부터 구원 등판, 2이닝 무실점으로 팀 7연패 탈출에 징검다리를 놨다. 이날 경기 후 주키치는 “팀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선발 구원 어느 보직이든 상관없다. 승리에 보탬이 된다면 언제라도 나갈 수 있다”며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김기태 감독은 18일 경기 전 주키치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 선발 등판 여부에 대해 “일단 본인 뜻과 투수 코치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둘의 입장을 들어보고 판단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주키치가 19일 SK전에서 전반기 10승을 채우고 LG의 스윕승을 이끈다면, 이번 결단은 후반기 반격의 발판을 제대로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주키치가 무너진다면 이미 위닝시리즈를 결정지은 상황에서 지난해의 과오를 되풀이하는 최악의 선택이라는 비난여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주키치가 이번 경기 호투 여부와 상관없이 작년과는 다르게 후반기에도 맹활약을 이어갈 수도 있다.
최근 김기태 감독은 비 예보를 감안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LG는 17일과 18일 경기를 통해 이승우를 제외한 선발투수들을 모두 소모했다. 19일 경기에 앞서 2군 투수가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는 한, 올 시즌 선발로 등판한 1군 투수들 대부분이 이미 지난 2경기에서 마운드를 밟았다. 주키치에게 얼마나 많은 이닝을 맡길지, 투구수 제한은 몇 개를 둘지 알 수 없지만, 비 예보가 적중하는 게 어쩐지 스윕승보다 달콤하게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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