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속편은 전작의 아우라를 넘지 못한다는 평을 듣기 쉽다. 아무리 물량 공세를 퍼붓는다 하더라도 전작과 같은 주인공들과 소재를 택한 이상 ‘진부하다’는 평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 하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 전작을 뛰어넘는 아우라로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영화계 속설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국내 첫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베일을 벗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해외 비공개 시사 후 쏟아졌던 기립박수와 ‘마스터 피스(걸작)’라는 극찬에 걸맞게 절정에 다다른 비장미와 특유의 철학적인 주제, 초대형 스케일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조커(히스 레저)와의 대결을 끝으로 배트맨(크리스찬 베일)이 자취를 감춘 8년 후의 고담시를 배경으로 한다. 조커의 계략으로 ‘화이트 나이트’에서 악당으로 전락한 ‘투 페이스’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를 범죄와 싸운 의인으로, 배트맨은 하비 덴트를 무참히 살해한 살인자로 둔갑시킨 고담시.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은 고담이 필요로 하는 영웅이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고든 경찰청장(게리 올드만)의 말로 시작된다.

고든의 말처럼 고담시는 더 이상 배트맨을 필요로 하지 않는 듯 보인다. 고담시는 덴트 특별법을 제정하고 범죄자들을 감옥에 가두거나 고담시 밖으로 추방하는 것으로 평화를 지켜왔고 어둠의 기사(다크 나이트)는 대중에게 서서히 잊혀져갔다. 하지만 최강의 적 베인(톰 하디)이 등장하며 고담시는 다시 한 번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고, 어둠의 기사 배트맨은 부활의 활로를 걷는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배트맨에게 베인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배트맨은 어둠을 택한 인물이라면 베인은 어둠에서 태어난 인물. 제 3세계 원시감옥에서 나고 자란 그는 배트맨과의 맨손 혈투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으며, 어둠 속에서도 배트맨을 간단히 제압하는 가공할만한 파워를 보여준다. 8년 만에 돌아온 배트맨은 예전처럼 강하지 않을뿐더러, 체력적인 면에서 강한 우위를 점한 베인은 민첩하고 강인한 용병으로 어둠까지 지배하며 배트맨의 숨통을 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이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찾아나섰고, ‘다크 나이트’에서 그 길을 발견했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그 길에서 얻은 결과물들과 싸운다고 할 수 있다. ‘다크나이트’는 고담시를 구한 대신 죄없는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고립감과 죄책감을 느낀 브루스는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배트맨이길 포기한 채 스스로 몸을 망가트리며 은둔했고, 그 결과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브루스가 다시 사명감을 띠고 배트맨 수트를 입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덕분에 브루스가 다시 배트맨 수트를 입고 망토를 휘날리며 배트포드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짜릿한 전율까지 인다.
8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만큼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더욱 풍성해진 볼거리를 자랑한다. 주요 액션 장면 모두와 영화의 도입부는 IMAX 카메라로 촬영돼 관객의 시야 전체를 화면으로 채우며, 배트맨과 베인의 마지막 격투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영화에서는 반은 헬리콥터이고 반은 점프제트기인 ‘더 배트’가 신무기로 등장, 배트포트와 텀블러를 그저 그런 지상용 차량(?)으로 전락시키며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을 뽐낸다.
이번 시리즈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캣우먼 셀리나 카일(앤 해서웨이)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팜므파탈 매력으로 브루스가 은둔 생활을 마치고 웨인 저택에서 나오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셀리나는 매력적이고 유머 넘치는 캐릭터로 배트맨의 침울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요염한 고양이 의상을 입고 높은 굽의 부츠를 신은 채 선보이는 남자배우들 못지않은 액션신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며 신무기 ‘더 배트’와 함께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신선함을 책임진다. 오늘(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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