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열혈 짝사랑녀들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짠하게 만들며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짝사랑은 상대 몰래 하는 것이 예의(?)로 받아들여졌지만 요즘 안방극장은 ‘대놓고 하는’ 짝사랑이 유행이다. 시청자들은 남몰래 가슴앓이 하는 지고지순한 짝사랑에 길들여져 왔던 것도 사실. SBS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이하 신품)의 서이수(김하늘 분)가 친구의 남자친구인 임태산(김수로 분)을 몰래 짝사랑하며 전전긍긍하던 것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같은 짝사랑이라도 저돌적인 방식으로 ‘품격’을 달리하는 짝사랑을 선보이고 있는 두 사람이 있으니 바로 ‘신품’의 윤진이와 KBS 2TV 월화드라마 ‘빅’의 수지다.
먼저 ‘신품’의 메아리(윤진이 분)는 최윤(김민종 분)을 일편단심 짝사랑하는 ‘윤이바라기’다.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임메아리의 뇌구조’에는 ‘나의 사랑 윤이 오빠’가 거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고 있어 메아리의 열혈 짝사랑 정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는 친오빠 임태산(김수로 분)의 둘도 없는 절친이자 부인과 사별의 아픔을 겪은 바 있는 17살 연상남. 임메아리보다 한참 ‘어른’인 최윤은 노골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메아리를 애써 외면하며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메아리에게 포기란 없다. 메아리는 콜린(이종현 분)이 최윤의 아들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만약 오빠 아들이면 내가 잘 키우겠다. 눈높이 교육 자신 있다”며 다시 한 번 일편단심 윤이바라기 사랑을 확인케 했다. 또 최윤의 사별한 부인의 납골당에 찾아가 “윤이 오빠를 좋아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며 “오빠도 자신을 좋아하게 하면 안 되냐. 오빠를 너무 좋아해서 죄송하다”라고 말하는 메아리의 가슴 절절한 고백은 철없는 마음에 맹목적인 짝사랑을 하는 줄로만 알았던 메아리의 진심을 전하며 윤-메아리 커플의 지지도를 더욱 높였다.
‘빅’ 속 마리의 외사랑도 절정에 다다랐다. 마리는 윤재(공유 분)에 영혼이 들어간 경준(신원호 분)을 열광적으로 짝사랑하는 4차원 소녀. 남다른 ‘돌아이’ 기질을 가지고 있는 마리는 오로지 짝사랑 경준을 보기 위해 미국에서 혈혈단신 한국에 왔고, 경준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가지는 스토커식 사랑표현도 모자라 “난 너와 꼭 결혼할 거다”라는 협박(?)을 일삼는다. 마리는 경준이 자신을 완전히 밀어낼 수 없도록 만드는 애교까지 장착했으며, 경준 앞에서는 일말의 자존심도 챙기지 않는 퍼주기식 사랑법으로 그의 옆자리를 지킨다.
마리가 경준을 생각하는 마음은 늘 한결같다. 마리는 18살 경준의 영혼이 31살 윤재의 몸에 들어가게 됐다는 것을 알게된 후에도 “개구리나 야수로 변한 왕자님은 뽀뽀하면 돌아오는데”라며 윤재에게 기습 뽀뽀를 감행, ‘멘탈만 강경준이면 된다’는 투철한 짝사랑 정신을 보여줬다. 경준이 자신이 아닌 다란(이민정 분)을 마음에 품고 있고, 또 다란도 경준을 사랑하게 됐다는 사실을 안 이후에도 마리의 마음은 꿈쩍하지 않았다. 마리는 다란에게 “서윤재 아저씨만 좋아하고 경준이는 안 좋아한다는 약속 지켜라. 안 되면 그런 척이라도 해라”고 애원하며 도저히 포기가 안 되는 경준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 시청자들의 가슴을 짠하게 만들었다.
메아리와 마리의 짝사랑법은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미저리’라는 말도 들을 법한 맹목적인 사랑에 가깝지만, 윤진이와 수지는 이들이기에 가능한 사랑 방식으로 그려낸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랑 방식일지라도 윤진이와 수지가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불편한 진실’은 시청자들이 메아리와 마리의 짝사랑을 지지하도록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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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품’, ‘빅’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