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직업 중에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경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며 멋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한다. TV나 영화 속에 비치는 디자이너의 삶이 그렇게 비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MBC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 김선아는 성공한 구두디자이너이자 회사 이사로 나온다. 이사라는 위치에 올라가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고통이 따랐을 테지만 화면에는 성공이라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때문에 단순히 멋있는 디자이너로 그려진다.
실제 ‘아이두 아이두’ 속에 나오는 브랜드 지니킴을 론칭한 페르쉐의 김효진 대표 역시 처음에는 그러한 동경으로 패션계에 발을 내딛었다.

▲ 환상만으로는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
겪어보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김효진 대표 역시 대학교 시절에는 막연한 환상과 ‘멋있어 보인다’라는 이유로 패션 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연히 현실은 가히 ‘노가다’라고 칭할 만큼 힘들었고 겉으로 보기에 환상이었던 그 세계는 한순간에 깨졌다.
“그때는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커서 뭘 하고 싶은지도 몰랐어요. 그래서 내가 좀 더 사랑하는 일을 찾고 싶어 유학길에 올랐죠. 그게 제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줄을 그 때는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유학 당시 같이 생활했던 룸메이트가 구두디자이너였다. 어느 날 그가 디자인한 구두를 보고 설명할 수 없는 욕구가 강하게 밀려와 김 대표는 그 길로 구두 만들기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천직은 따로 있는 것일까. 미국에서 구두를 공부한 후 한국에 돌아와 수제화 공장에 입사를 해 한 달에 80만원을 받으면서 막내디자이너로 밤낮없이 일을 했는데도 그는 결코 힘들지 않았다.
열정으로 무장된 그에게 두려운 것은 없었다. 28살의 어린 나이에 15개의 샘플을 제작해 온라인에 론칭을 했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지니킴.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론칭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국내에 매장을 내게 된 것은 물론 미국에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낳았다.
▲ 열정은 언제나 ‘도전’이라는 자극제를 만든다

“지니킴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다 보니 또 다시 도전의식이 꿈틀대기 시작했어요. 브랜드의 구두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동대문의 신발들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고. 나의 노하우를 접목한다면 이 두 가지를 절충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언제나 그렇듯 성공한 사람들은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김 대표 역시 바로 실행에 옮겼고 ‘페르쉐’라는 SPA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에게는 선견지명이라도 있는 것일까. 예감은 적중했고 론칭한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구두 쇼핑몰 1위라는 성과를 올렸다. 물론 성공의 이면에는 김 대표의 피나는 노력이 숨어있다.
“하나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을 저는 감히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칭하고 싶어요. 그만큼 엄청난 노력과 대가가 필요한 일이죠”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페르쉐 대부분의 제품 가격은 4만 9900원. ‘싼 게 비지떡이다’라는 옛말처럼 저렴한 가격 때문에 편견과 무시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최강의 디자인팀과 30년 이상 구두를 제작한 장인들을 영입해 수백 번의 피팅을 거듭하며 편안하고 퀄리티 있는 구두를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저는 예쁜 구두를 많은 여자들이 신기를 바라요. 때문에 가격적인 부담을 덜어서 신고 싶은 구두를 마음껏 신게 해주고 싶었어요. 다행이 지금은 저의 이런 마음을 소비자들이 잘 알아주는 것 같아요. 저가라고 해서 무시하는 사람들은 없더라고요.”
▲ 페르쉐는 언제까지나 편안한 브랜드로 남을 것이다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가격도 같이 올라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김 대표가 꿈꾸는 페르쉐는 달랐다.
“페르쉐의 구두는 베이직한 아이템이 거의 없어요. 오히려 화려하고 강한 디자인의 리미티드 아이템이 많죠. 차별화된 구두를 편안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제가 원하는 페르쉐의 방향이에요. 그리고 이제 그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인거죠.”
김 대표는 페르쉐를 통해 다양한 것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길 바랐다. 그래서 현재 디자이너들과의 콜래보레이션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해외 확장까지 계획하고 있다.
그의 최종목표는 아주 고가의 럭셔리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 “저는 아주 특별한 구두를 만들고 싶어요. 매일 신을 수는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구두. 또 한 번은 찾아올 인생의 특별한 날에 신었을 때 빛날 수 있는 그런 구두. 상상만으로도 너무 멋지지 않나요?”(웃음)
하나의 브랜드 론칭은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했던 그는 이미 두 개의 브랜드를 론칭하고도 또 다시 도전을 꿈꿨다. 그의 성공노하우는 다름 아닌 ‘열정’이라는 두 글자였다.
jiyoung@osen.co.kr
페르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