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공 타격 훈련’, 이용찬 무너뜨리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7.19 20: 58

야구공보다 탄성이 더 높은 테니스공. 코치는 테니스공을 던져주며 과반수를 의도적으로 땅에 한 번 튀어 오르게 한 뒤 타격하게 했다. 상대 선발 투수의 포크볼을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타격 훈련이 제대로 적중했다. KIA 타이거즈가 포크볼 적응 훈련의 일환으로 했던 테니스공 타격 훈련이 이용찬(23, 두산 베어스)의 선발패를 이끌었다.
KIA는 19일 광주 두산전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선발 앤서니 르루와 2회 선취 4득점, 5회 최희섭의 쐐기 투런 등에 힘입어 6-0으로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KIA는 두산과의 안방 3연전을 1패 후 2연승 위닝시리즈로 마치며 시즌 전적 36승 4무 35패(19일 현재)를 기록, 올스타 브레이크를 좀 더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경기 전 KIA 타자들은 특별한 훈련을 치렀다. 그물망 뒤에서 김종국 작전주루코치가 테니스 공을 던져주고 타자들이 이를 받아치는 훈련이었다. 연식공도 아니고 진짜 테니스공이었다. 특히 김 코치는 의도적으로 반 이상의 공을 바닥에 한 번 튀어 오르게 했고 타자들은 그 공을 퍼올리지 않고 낮게라도 정확하게 때려내는 연습을 반복했다.

부상 복귀한 김상현은 물론이고 김원섭, 박기남, 조영훈, 홍재호, 이준호 등이 이 타격 훈련을 치렀다. 간간이 김 코치가 튀어 오르지 않는 공을 던질 때도 공은 타자 근처에서 서서히 떨어지는 궤적을 그렸다.
이는 KIA가 올 시즌부터 처음으로 하고 있는 경기 전 연습 중 하나다. 테니스공은 야구공보다 탄성이 크기 때문에 땅에 튀어 오르는 정도가 좀 더 높다. 질량이 상대적으로 가벼워 야구공만큼 빠르게 날아가지는 않지만 튀어 오른 후 날아드는 궤적은 떨어지는 변화구와 유사하게 흘러갔다. 공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면서 히팅 포인트를 좀 더 앞으로 당기고 포크볼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이었다.
이용찬의 경우는 마무리 시절 150km 이상의 광속구를 거침없이 던지다 선발 전향 후에는 직구 구속이 느려진 대신 변화구 구사도를 높였다. 특히 120km대 후반의 포크볼은 좋은 움직임을 보이며 이용찬의 올 시즌 전반기 호투를 이끌었다. 이용찬이 선발로서 포크볼을 주무기로 삼는다는 점에 착안, KIA는 경기 전 테니스공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타격 훈련을 진행했고 이는 그대로 적중했다.
2회 1사 만루서 차일목의 몸에 맞는 볼로 선취점을 올린 KIA는 뒤를 이은 홍재호의 좌중간 3타점 싹쓸이 2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홍재호가 때려낸 타구는 바로 이용찬의 3구 째 포크볼에서 비롯되었다. 테니스공 타격 훈련인 만큼 야구공의 속도를 확실하게 구현하지는 못했으나 유사한 궤적을 만들며 타자들이 포크볼을 공략하는 감을 미리 익힐 수 있게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이용찬은 4⅔이닝 5실점에 그치며 시즌 7패(7승)째를 기록했다.
테니스 공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려 포크볼의 움직임을 모사한 새로운 틀의 타격 훈련. 이는 전날(18일)까지 KIA 상대 4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1.74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천적 투수’ 이용찬의 포크볼을 일찌감치 공략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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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홍재호의 싹쓸이 2루타 장면./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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