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컵이 아닌 시크릿컵?.
제 5회 피스컵 대회 개막전인 성남 일화(한국)와 선덜랜드(영국)의 경기가 열린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많은 관중들이 입장했다. 동원한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세계 정상급 수준의 팀들이 출전한 대회는 아니지만 다양한 행사를 보기 위한 팬들로 이날 개막전은 성황을 이뤘다.
개막전 행사가 있어 이날 경기장에는 성남과 선덜랜드 외에도 20일 대결을 펼칠 함부르크(독일)와 흐로닝언(네덜란드) 팀들도 자리했다. 특히 네덜란드 에레디비지 중하위권인 흐로닝언 선수들은 성남과 선덜랜드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오랫동안 스타디움에 머물렀다.

TV에 생중계될 만큼 관심을 끌었지만 피스컵 조직위는 오히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흐로닝언 선수단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대상은 바로 석현준(21). 어린 나이에 유럽무대에 진출한 석현준은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이지는 못했지만 당당히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흐로닝언은 지난 시즌 네덜란드에서 14위를 차지했다. 최근 국내서 유럽축구 붐이 일고 있고 석현준이 속했다고 하더라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 따라서 석현준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말하며 그가 활약하고 있는 팀에 대해 알릴 수 있었지만 피스컵 조직위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경기장을 찾은 취재진이 석현준과 짧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피스컵 조직위 관계자들이 인터뷰를 완전히 차단했기 때문. 취재진이 긴 시간을 원한 것은 아니었고 선수 본인도 인터뷰를 하는데 부담이 없어 보였지만 피스컵 조직위의 입장은 단호했다.
석현준을 가로 막고 취재진의 중간에서 일체의 접촉을 금하게 했다. 취재진도 어쩔 수 없었다. 무리하게라도 취재를 하고 싶었지만 조직위가 원하지 않는 인터뷰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개막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 17일 '수퍼키드' 손흥민이 소속된 함부르크의 훈련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수단의 훈련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뒤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시간을 제한했다. 심지어 함부르크 구단 관계자도 인터뷰를 허락하며 손흥민이 부각되기를 바랐지만 조직위의 입장은 변함 없었다.
손흥민에게 한국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을 하자마자 경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만 인터뷰 마치겠습니다"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몇 차례 사정한 끝에 2~3개의 질문을 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손흥민이 대답을 하는 중간에도 관계자는 "그만 해야 합니다"라면서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현지 프리시즌을 이용해 유럽의 클럽들을 초청해 치르는 피스컵은 국내 팬들에게 본고장 축구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중요한 대회다. 그러나 그 대회를 주최하는 피스컵 조직위는 다른 생각을 가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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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월드컵경기장=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