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추억의 빙그레 유니폼을 입고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 나섰다. 5점차 여유있는 상황에서 내려와 5승째를 눈앞에 둔 듯했다. 그러나 빙그레 유니폼은 타선에만 다이너마이트를 심은 게 아니었다. 불펜에도 다이너마이트가 터졌고, 박찬호의 시즌 5승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박찬호는 1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2피안타 3볼넷 1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매회 주자를 내보내는 위기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실점을 한점도 허락하지 않는 최고의 위기관리능력을 뽐냈다. 그러나 또 다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날 한화는 '레전드 데이'로 정하고 추억의 빙그레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가슴에 새겨진 이름은 '빙그레' 대신 '이글스'였지만, 올드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 올드팬 중 하나가 바로 박찬호였다. 그 역시 어릴 적 빙그레를 보고 자라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이글스 키드였다.

1973년 충남 공주 태생으로 중동초-공주중-공주고를 거친 박찬호는 한양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4년 1월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이후 18년을 미국-일본에서 보낸 후 올해 고향팀으로 돌아왔다. 그가 국내로 들어올 때 다른 팀 생각 없이 한화만 생각한 것도 어릴 적 추억 때문이었다.
지난해 한화 입단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야구를 시작할 때는 OB 베어스가 연고팀이었다. 하지만 중고교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한화 이글스가 앞으로 내가 프로에서 뛰어야 할 팀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마음 속에 갖고 있는 꿈이자 목표였다. 오렌지 줄무늬 유니폼이 큰 꿈과 색깔로 자리잡고 있었다"며 추억의 빙그레 줄무늬 유니폼을 떠올렸다.
빙그레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더욱 전투적이었다. 1회 1번타자 박한이를 3구 만에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이승엽도 컷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2회 진갑용과 3회 이승엽 그리고 4회 채태인이 차례로 박찬호의 삼진 제물이 됐다. 5회까지 투구수가 103개로 많았지만 득점권 위기에서 4타수 무안타로 삼성 타선을 막으며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7회 김혁민이 폭투 2개가 겹치며 3실점했고, 8회에는 데니 바티스타가 1실점했다. 모두 투아웃을 잡은 이후였다. 그래도 9회를 남겨두고 5-4 1점차 리드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안승민이 선두타자 강봉규에게 안타를 맞은 게 화근이었다. 계속된 2사 3루에서 한화는 안승민 대신 션 헨을 올리는 승부를 던졌지만 션 헨이 박한이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으며 스코어가 5-5 원점이 됐다. 5점차 리드에도 박찬호의 5승이 날아간 것이다. 결국 팀도 5점차 리드를 못 지키고 5-6으로 연장패배를 당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박찬호는 전반기 16경기에서 4승5패 평균자책점 3.77라는 호성적을 올렸다. 16경기에서 86이닝으로 경기당 5.38이닝을 소화했고 퀄리티 스타트가 7경기 있었다. 5회 이전 조기강판은 3경기 뿐이었다. 특히 박찬호가 소화한 86이닝은 한화 팀 내에서 류현진(95이닝) 다음 많은 수치. 6월초 피로누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른 것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선발진 이탈없이 제 자리를 지켰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빙그레 유니폼을 입고 전반기를 피날레한 박찬호의 피칭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퀄리티 스타트 7회에도 3승4패,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는데 불펜에서 2차례나 승리를 날린 불운은 그의 10승 꿈을 가로막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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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