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유니폼 입은 한화, 5점차 못 지키고 '22번째 역전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7.20 01: 05

추억의 빙그레 유니폼. 그러나 향수만 가득했지 현실은 냉혹했다. 
한화는 19일 대전 삼성전을 '레전드 데이'로 정하고 1986년부터 1993년까지 8년간 입은 빙그레 줄무늬 유니폼을 착용했다. 유니폼 가슴에 새겨진 글자는 '빙그레' 대신 '이글스'였지만 주황색 줄무늬 자체만으로도 올드팬들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빙그레 시절 활약한 송진우 투수코치가 시구를 했고, 빙그레에 숱한 아픔을 안긴 해태 해결사 한대화 감독이 선수 시절 그토록 입고 싶어한 빙그레 줄무늬 유니폼 입고 벤치를 지켰다. 
▲ 박찬호 호투, 타선의 집중력

마운드에는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올랐다. 충남 공주 태생의 그는 어릴 적부터 고향팀 빙그레를 바라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가 국내에 들어올 때 다른 팀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한화를 콕 짚은 것도 빙그레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다. 그는 한화 입단 기자회견에서 "빙그레 줄무늬 유니폼은 항상 마음 속으로 갖고 있는 꿈이자 목표였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빙그레에는 이상군·한희민·송진우·한용덕·정민철 등 내로라 하는 당대 특급 투수들이 있었지만 '홈런왕' 장종훈을 필두로 이정훈·이강돈·유승안·고원부·강정길·강석천 등 강타자들을 앞세운 화끈한 공격 야구가 트레이드마크였다. 1988년·1992년 두 차례 페넌트레이스 1위 차지하고, 1988·1989·1990·1992년 한국시리즈에 오를 만큼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군림했었다. 
1993년을 끝으로 사라진 빙그레 유니폼. '빙그레' 대신 '이글스'였지만 오랜만에 주황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것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빙그레 키드' 박찬호는 마운드에서 혼신의 피칭을 펼쳤고, 한화 타선도 2회 한 때 빙그레 다이너마이트를 재현한듯 제대로 불이 붙었다. 
올해 한화 상대로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2.70으로 유독 강했던 브라이언 고든을 2회 조기에 무너뜨렸다. 선두타자로 나온 4번타자 김태균의 우전 안타와 장성호의 볼넷 그리고 고동진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3루에서 이대수가 고든의 초구 가운데 높게 들어 온 115km 커브를 걷어올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05m 스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기선제압의 시즌 2호 홈런. 
이에 그치지 않고 신경현-오선진의 연속 중전 안타로 잡은 1사 1·3루에서 강동우가 삼성 1루수 채태인의 키를 원바운드로 넘어가는 우전적시타를 터뜨렸다. 계속된 1·3루에서 오선진이 중견수 희생 플라이까지 쳤다. 고든은 1⅔이닝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한국 데뷔 후 최소 이닝으로 강판됐다. 2회에만 타자 일순으로 안타 7개와 볼넷 하나로 5득점. 
▲ 추가점 실패, 허무한 대역전패
그러나 이후 한화 타선은 추가득점을 얻는데 실패했고, 박찬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부터 살 떨리는 경기가 이어졌다. 7회 잘 던지던 김혁민은 연속된 폭투로 실점하며 흔들렸고 3-5, 2점차로 압박당했다. 하지만 박정진이 7회 2사 만루에서 박한이를 삼진으로 잡고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8회 2사 후 올라온 데니 바티스타가연속 안타를 맞고 1점차로 압박당했다. 
결국 9회 1점차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안승민이 선두타자 이지영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며 이어진 2사 3루. 한화 벤치는 좌타자 박한이 타석에 좌완 션 헨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션 헨은 박한이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고 그렇게 동점을 허용했다. 
한화는 9회말 장성호의 2루타로 끝내기 찬스를 만들었으나 이대수와 이준수가 오승환으로부터 연속 삼진을 당하며 찬스를 무산시켰다. 결국 연장 10회초 션 헨이 박석민에게 볼넷을 주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구원등판한 송창식이 이지영에게 결승 적시 2루타를 맞고 허무하게 역전을 허용했다. 10회말 마지막 공격에서도 한화는 오승환의 강력한 직구에 맥없이 물러났다. 
이로써 한화는 시즌 22번째 역전패를 당했다. 그 중 12경기가 6회 이후 뒤집어진 뼈아픈 패배. 올해 한화는 5점차 이상 리드를 못 지키고 뒤집어진 경기도 벌써 4번째다. 블론세이브는 9개로 리그 최다. 배트에 불이 붙어야 할 다이너마이트가 엉뚱하게도 불펜으로 옮겨져 붙었다. 레전드의 기운도 무너지는 한화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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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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