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결산] '전반기 2위' 롯데, 순망치한은 없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7.20 08: 50

순망치한(脣亡齒寒). 영원히 거인군단의 4번 타자로 남을 것이라 믿었던 이대호는 더 큰 꿈을 찾아 현해탄을 건넜고 15승을 거둔 좌완 에이스 장원준은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 경찰청에 입대했다. 이대호와 장원준의 각각 롯데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이었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린 법. 그렇지만 롯데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전반기를 훌륭하게 보냈다.
롯데는 19일 목동 넥센전을 끝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롯데의 전반기 성적은 40승 4무 34패, 승률 5할4푼1리로 삼성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했다. 롯데가 단일리그 하에서 전반기 2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 작년 롯데는 전반기를 마칠 때 38승 3무 41패로 5위에 처져 있었다. 올해 승패 마진이 +6, 작년이 -3이니 올해 롯데는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롯데의 선전이 눈에 띄는 건 주력선수의 이탈에도 오히려 작년보다 전반기 성적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정대현과 이승호가 FA 계약을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지만 정대현은 수술로, 이승호는 몸이 늦게 만들어져 팀 성적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전문가들도 롯데는 올 시즌 주력선수들의 이탈로 지난해 성적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거라 봤다. 롯데 상승세의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깜짝 활약 펼친 선수들
이대호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였다. 그 어떤 선수도 이대호의 자리를 100% 채울 수 없다. 그렇지만 박종윤은 견실한 수비와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박종윤은 전반기 77경기에 출전, 팀 내 출장 수 1위를 기록하며 타율 2할7푼 8홈런 42타점 35득점으로 제 몫을 다 했다. 홈런은 팀 내 2위, 타점은 팀 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또한 리그 정상급의 1루 수비로 롯데 내야진을 지키고 있다.
이대호의 자리를 박종윤이 채웠다면 장원준의 공백은 외국인투수 좌완 쉐인 유먼이 완벽하게 메웠다. 유먼은 전반기 17경기에 선발 출전, 8승 3패 111⅔이닝 87탈삼진 평균자책점 2.34을 기록하고 있다. 다승·평균자책점·이닝·탈삼진 등 투수 전 부문에서 팀 내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일천한 점과 대만리그를 거쳤다는 점 때문에 기대치가 높진 않았지만 전반기 성적만 놓고 본다면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선발투수다.
여기에 우완 이용훈이 선발진에 가세하며 유먼과 원투펀치를 이뤘다. 전반기 성적은 18경기 75이닝 7승 3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76으로 유먼에 이어 팀 내 다승·평균자책점 2위다.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이용훈은 초반엔 선발과 불펜을 오가다 5월부터 선발진에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 6월 24일 잠실 LG전에선 8회 1사까지 퍼펙트를 이어가는 등 또 하나의 인간승리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불펜에선 사이드암 김성배와 좌완 이명우가 최고의 활약을 했다. 양승호 감독이 롯데 전반기 수훈갑 가운데 한 명으로 김성배를 꼽았을 정도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성배는 팔꿈치 통증으로 뒤늦게 캠프에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기 43경기에서 2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다. 토미존 수술을 받은 지 2년이 된 이명우 역시 46경기에 출전, 2승 5홀드 평균자책점 3.06으로 활약했다. 정대현-이승호 FA 콤비에게 기대했던 역할을 전반기 두 명의 선수가 완벽하게 해냈다.
 
▲ 슈퍼스타 대신 고른 활약
롯데는 전반기에 이대호 한 명에 집중됐던 타선 의존도를 분산시키는데 성공했다. 눈에 띄는 슈퍼스타 대신 선수들은 고른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롯데의 타점은 666점, 이 가운데 이대호의 타점은 113점으로 전체 타점의 17%에 이르렀다. 작년 롯데 팀 내 타점 2위는 손아섭으로 83점, 이대호와는 30점이나 차이가 났다.
그렇지만 올해는 롯데 선수들의 타점 분포가 고르다. 전반기 롯데의 총 타점은 310점, 이 가운데 홍성흔이 45타점, 강민호가 43타점, 박종윤이 42타점을 각각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손아섭이 30점, 황재균과 전준우가 29타점, 김주찬이 26타점, 조성환이 24타점을 찍었다. 지난해까지 롯데 타선을 상대하는 투수는 이대호라는 산을 넘으면 한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올해는 워낙 고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에 피할 구석이 줄었다.
양승호 감독 역시 전반기를 결산하며 "타선에선 이대호가 빠진 부분을 특정 선수가 아니라 여러 선수가 고루 나눠들고 있다. 30타점 안팎의 타자가 줄줄이 배치돼 있어 오히려 투수 입장에선 더욱 곤란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대신 불펜 운용은 특정 선수에 편중됐다. 이명우가 46경기, 김성배가 43경기, 최대성이 42경기에 출전했는데 이는 전체 투수들 가운데 출전경기 수 1~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강영식 역시 39경기에 등판, 적지 않은 경기에 나섰다. 이들 네 선수는 롯데의 전반기 팀 35홀드 가운데 33홀드를 합작하며 마운드를 지켰다. 과부하를 덜어주기 위해선 후반기 정대현과 이승호의 활약이 절실하다.
▲ 후반기 상승세 타기 위한 조건은
전반기 팀 타율 2할7푼3리로 전체 1위를 차지한 롯데는 팀 득점은 330점으로 전체 5위에 머물렀다. 원인은 장타 실종이다. 이대호의 공백은 여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시즌 도중 장타를 노리는 스윙으로 바꾸는 건 아예 밸런스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다. 대신 현재 상황에서 득점력을 최대화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재 롯데는 팀 도루 88개로 전체 5위에 머무르고 있는데 롯데 타선에선 많은 선수들이 단독도루가 가능할 정도의 주력을 갖추고 있다. 전준우, 김주찬, 황재균 등 발 빠른 선수들이 상대 내야를 좀 더 적극적으로 휘저어 놓을 필요가 있다. 또한 시즌 전 강조했던 것처럼 한 베이스 더 가는 공격적인 주루도 요구된다. 롯데 권두조 수석코치는 "아직도 안타가 됐다고 천천히 뛰는 선수들이 보인다. 외야로 공을 보낸 이후 수비 실수로 2루까지 갈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단타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적극적인 주루가 선수들의 몸에 익숙하게 배야 한다"고 짚었다.
마운드의 키는 선발 송승준-라이언 사도스키의 부활이다. 송승준은 4승 8패 평균자책점 4.37, 사도스키는 5승 4패 평균자책점 4.83으로 부진하다. 시즌 전까진 사실상 원투펀치 역할을 해 줄 것이라 기대 받았던 선수들이다. 양승호 감독은 "후반기엔 두 선수가 살아나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충분히 (우승)싸움을 해 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불펜에선 정대현의 복귀 시점이 관건이다. 이미 라이브피칭을 시작한 정대현은 다음주 2군 경기에 합류해 본격적인 실전피칭에 들어간다. 8월 정대현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복귀한다면 피로를 드러내고 있는 롯데 불펜에겐 천군만마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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