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의 한국프로야구 데뷔 첫 전반기가 마감됐다. 그가 거둔 승수는 4승. 하지만 4승 이상의 역투로 한화 선발진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 전력으로 거듭났다. 그의 나이가 우리나이 불혹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대단함 그 자체다.
▲ 부상없이 지킨 선발 로테이션
박찬호는 2002년부터 부상 악몽에 시달렸다. 허리부터 햄스트링 그리고 장출혈까지 거듭되는 부상으로 고비 때마다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올해는 작은 부상도 없다. 6월초 피로 누적으로 열흘을 쉬고, 지난 7일 대전 SK전에서 허리를 잠깐 삐끗했을 뿐 부상없이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시즌 개막부터 한화 팀 내 유일하게 선발진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투수가 바로 박찬호다.

박찬호는 16경기 모두 선발등판했다. 선발 16경기는 리그 9번째로 많은 기록인데 토종 투수 중에서는 김선우(두산)와 윤희상(SK) 다음이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지킨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그가 소화한 86이닝도 리그 전체 15위이고, 토종 투수 중에서는 7위에 해당한다. 그것도 우리나이 불혹의 투수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철저한 자기관리 산물이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 다양한 구종, 땅볼 유도형 투구
박찬호의 주무기는 역시 컷패스트볼 이른바 커터다. 슬라이더보다 조금 더 빠르게 꺾이는 커터는 여전히 한국 타자들에게 생소한 공이다. 박찬호는 이 공을 아주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볼끝 변화가 심한 투심 패스트볼에 체인지업 그리고 슬라이더·커브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각 구단 전력분석팀마다 제대로 된 구종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공을 구사한다. 공이 아주 빠르지 않아도 위력을 떨칠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땅볼 유도형 피칭이 통하고 있다. 전반기 16경기 땅볼-뜬공 비율이 1.54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3명 중 6위로 토종 투수 중에서는 당당히 1위다. 그만큼 낮은 코스로 제구가 잘 되고 있다. 여기에 86이닝 동안 맞은 홈런은 단 3개. 이 역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3번째 적은 수치로 상황에 따른 노련한 피칭이 되고 있다. 위기관리능력도 빼어난데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8푼8리로 규정이닝 투수 중에서 두 번째로 낮다.

▲ 4승, 잃어버린 승수는 얼마나 되나
박찬호는 전반기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규정이닝 투수 중 전체 15위다. 퀄리티 스타트는 7차례 있었고,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조기강판된 건 3차례였다. 5~6회는 확실하게 막아주는 투수다. 그러나 전반기 승패는 4승5패로 승보다 패가 더 많다. 퀄리티 스타트한 7경기에서 3승4패를 했으니 얼마나 운이 없었는지 짐작 가능하다. 전반기 박찬호의 승수는 4승이지만 잃어버린 승수가 없지 않다.
박찬호가 승리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내려간 뒤 불펜에서 날린 승리가 2번 있었다. 기본적으로 2승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여기에 타선의 지원도 미비했다. 9이닝당 득점지원이 3.87점으로 규정이닝 투수 중에서 3번째로 낮았다. 무득점 3경기, 1득점 4경기, 2득점 3경기로 16경기 중 10경기가 2득점 이하 지원이었다. 또한 42실점 중 9실점이 불펜투수들의 승계주자 실점으로 만들어졌다. 책임주자 13명 중 9명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비자책점 2점을 제외한 7자책점을 빼면 박찬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3.77에서 3.03으로 내려간다. 전체 5위 기록이다.
승수 뿐만 아니라 평균자책점에서도 박찬호는 적잖은 손해를 봤다. 하지만 박찬호는 이 모든 환경적 불운을 "다 내가 못 던져서 그런 것"이라고 속으로 삭히며 자책한다. 그에게는 4승 그 이상의 존재가치가 분명히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