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22G 역전패' 한화, 삼성과 비교해본 불펜의 한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7.20 10: 40

불펜의 힘에서 완벽하게 갈린 승부였다.
19일 대전 한화-삼성전. 6회까지 한화의 5-0 여유있는 리드였다. 그러나 7회 3실점으로 2점차 추격을 당하더니 8~9회 1실점씩 하며 기어이 5-5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연장 10회 결승점을 내주며 5-6으로 허무하게 역전패했다. 한화의 시즌 22번째 역전패. 리그 최다 역전패를 확고히 했다. 한화를 제물 삼아 6연승한 삼성은 반대로 역전패가 가장 적다. 불펜의 힘에서 나타난 극심한 차이였다.
▲ 삼성, 계산되는 운용

이날 삼성은 선발 브라이언 고든이 1⅔이닝 5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하지만 2회부터 투입된 차우찬이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6회부터 나온 배영수가 2⅓이닝을 무실점 봉쇄했고, 8회 권혁(⅓)-정현욱(⅔)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9회에는 마무리 오승환이 긴급 투입돼 끝내기 위기를 넘겼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라는 특수성 때문에 선발 요원이 2명이 포함됐지만, 5명의 구원투수가 8⅓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추격권에서 멀어지지 않은 게 5점차 역전극의 발판이었다.
올해 삼성 불펜이 그렇다. 정현욱과 권오준이 예년에 비해 힘이 떨어진 모습이지만, 2년차 신예 사이드암 심창민이 새로운 필승조로 떠오르며 그 공백을 메웠다. 마무리 오승환이 건재하고, 안지만도 컨디션을 회복했 다. 권혁도 거의 유일한 불펜 좌완으로 존재가치가 뚜렷하다. 삼성은 올해 8개팀 중에서 유일하게 2점대(2.99) 불펜 평균자책점을 자랑 중이다. 블론세이브가 4개로 가장 적고, 승계주자 실점률도 24.2%로 가장 낮다.
당연히 역전패가 가장 적다. 단 12패에 불과하며 6회 이후 역전패도 4차례 뿐이다. 5회까지 리드한 39경기에서 37승2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하고 있다. 벤치에서도 계산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경기를 하고있는 것이다. 변수를 최대한으로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삼성 불펜에 있다.
▲ 한화, 불확실한 운용
반면 이날 한화는 선발 박찬호가 5이닝 무실점 역투로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달아날 수 있을 때 못 달아난 한화는 7회 김혁민이 연이은 폭투로 3실점하며 흔들렸고, 8회와 9회 데니 바티스타와 안승민 그리고 션 헨까지 교체한 투수들마다 실점을 주며 동점을 주고 말았다. 결국 연장 10회 결승 득점을 허용하며 허무하게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역전패했다. 전혀 계산이 되지 않는 불확실성의 게임이 되고 말았다.
올해 한화는 역전패가 22패로 가장 많다. 그 중에서 12패가 6회 이후에 뒤집어진 경기다. 블론세이브도 9개로 가장 많은데 블론세이브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6회 기록도 포함할 경우 불펜에서 날린 게 무려 12경기나 된다. 당연히 리그 최다 기록. 선발(4.88) 평균자책점도 높지만 불펜(5.29)은 이보다 더 높다. 승계주자 실점률도 38.7%로 리그에서 두 번째 높다. 5회까지 리드한 28경기에서 17승10패1무. 유일하게 두 자릿수 패배를 당한 팀이다.
지난해 후반기 마무리로 강렬한 모습을 보인 바티스타가 올해는 완벽하게 무너졌고, 지난 2년간 불펜을 떠받쳤던 박정진도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FA 투수 송신영도 큰 도움 되지 못하고 있다. 안승민이 그나마 믿을만한 투수다. 불펜의 깊이에서 삼성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5점차 이상 리드했던 경기에서 뒤집힌 역전패만 벌써 4번째다.
▲ 투수 운용 차이나는 이유는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 전 한화 한대화 감독은 삼성의 강한 불펜에 부러움을 나타냈다. 삼성 선발 장원삼이 이닝이터가 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에 "5이닝만 잘 던져도 뒤에서 잘 막아주기 때문에 선발은 편하게 던질 수 있다. 우리도 불펜이 강하면 상황에 따라 선발을 딱딱 끊어갈 수 있는데 믿었던 투수들이 부진한 바람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확실한 불펜 카드가 없기 때문에 언제나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는 뜻이었다. 베테랑 박찬호도 6월까지는 조금이라도 더 끌고 가려다 결과적으로 7회 이후 주자를 남기고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마다 나온 이야기가 "일정 투구수를 소화한 박찬호보다 잘 던질 수 있는 불펜 투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승계주자 실점률을 보면 알 수 있다. 삼성은 승계주자가 120명으로 8개팀중 가장 적지만 한화는 194명으로 가장 많다. 무려 74명이나 차이가 난다. 그만큼 구원투수들이 주자있는 부담스런 상황에서 등판이 많았다는 뜻. 높은 승계주자 실점률은 내려간 투수나 올라온 투수나 과정과 결과 모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화의 블론세이브 9개 중 5개가 주자있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투수교체가 많았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
결국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차이에서 나타난 현실이다. 그나마 있는 자원으로도 쥐어짜내야 하는 게 현실이지만 그마저도 코칭스태프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 8연패를 통해 한화는 한계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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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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