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직구 승부" 오승환, 알고도 못 치는 돌직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7.20 06: 54

타자들은 연신 배트를 허공에 휘둘렀다. 변화구가 아니었다. 직구가 들어오는 걸 알고도 칠 수 없었다. '끝판대장' 삼성 오승환(30)은 바로 그런 투수였다.
오승환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가공할 만한 위력을 증명했다. 오승환은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5-5로 팽팽히 맞선 9회말 1사 2루 끝내기 패배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마무리투수인 그가 동점에서 마운드 오르는 것 자체가 보기 드문 일. 그만큼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잡고자 하는 류중일 감독의 의지가 대단했다.
오승환은 첫 타자 고동진에게 투수 강습 내야 안타를 맞고 1·3루 위기에 몰렸다. 그렇다고 남아있는 루를 채워 포스아웃 상태를 만드는 것도 없었다. 오승환은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했다. 이대수를 직구 4개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이준수마저 마찬가지로 직구 4개에 헛스윙 삼진 잡았다. 이대수와 이준수는 각각 2번씩 직구 타이밍에 맞춰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이미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힌 다음이었다.

6-5 리드를 잡은 연장 10회말에도 오승환은 오선진-이상훈-한상훈을 가볍게 삼자범퇴 처리했다. 1⅔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투구수 30개 중 23개가 스트라이크로 그보다 더 많은 건 직구였다. 30개 공 중에서 무려 27개가 직구. 슬라이더 2개와 커브 1개를 곁들였을 뿐 카운트 잡는 공부터 결정구까지 오로지 직구로 정면승부했다. 그런데도 한화 타자들은 못쳤다. 파울이 8개 있었을 뿐 직구에만 헛스윙이 6번이나 나왔다.
오승환은 전반기 28경기에서 2승1패20세이브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는 겨우 하나 뿐이고, 승계주자 실점률은 7.1%(1/14)에 불과하다. 한 경기 최다 6실점으로 무너진 4월24일 대구 롯데전을 제외하면 3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물론 0점대(0.63) 평균자책점의 지난해와 비교하면 많은 점수이지만 말이다.
오승환은 "실점을 많이 한 것이 달라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며 "크게 바뀐 건 없다. 변화구를 연습했지만 경기에서는 포수의 사인에 따른다. 변화구 사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직구 위주로 던진다"고 설명했다. 직구 비율만 놓고 보면 올해가 무려 80.3%로 지난해 76.8%보다 더 높아졌다. 이날 한화전에서는 최고 155km 강속구가 나왔다. 지난달 16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데뷔 후 가장 빠른 스피드였던 156km까지 나온 바 있다.
오승환은 "포수가 보기에 변화구보다 직구가 좋기 때문에 사인을 내는 것이다. 만약 변화구를 던져서 맞으면 나도 포수도 아쉽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난 직구로 승부해야 한다. 작년보다 승부를 조금 빨리 가져가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정신 상태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롯데전 대량실점 후 심기일전한 계기가 됐다는 뜻이다. 그는 "사실 달라질 것도 별로 없다"고 웃어보였다.
결국은 직구라는 게 오승환의 말이다. 그는 "내가 직구를 던진다는 건 상대 타자들도 다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직구를 더 치기 어렵고, 위협적으로 강하게 던질 수 있을지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오승환 특유의 돌 직구는 어차피 알고도 칠 수 없다. 오승환은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는데 집중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는 그 위력이 고스란히 나타난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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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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