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올 시즌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달성, 34승 42패 2무로 7위에 자리한 채 전반기를 마쳤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겨울을 보낸 LG는 김기태 감독이 패기를 앞세워 선수단을 지휘, 6월 중순까지 5할 승률 이상을 올리며 이변의 중심에 자리했었다. 그러나 LG는 홈 12연패와 더불어 약 한 달 동안 6연패와 7연패를 기록, 급격히 추락했고 5할 승률 -10을 코앞에 두기도 했다. 마치 롤러코스터와도 같았던 LG의 전반기를 돌아본다.
▲ 5할 유지 본능으로 질주한 시즌 초

LG의 올 시즌 전망은 어두웠다. 시즌 전 주축 선수 5명이 이탈하는 최악의 겨울을 보냈고 전문가들의 예상도 유력한 꼴찌후보였다. 팀의 중심 이병규(9번)가 어느덧 프로 16년차에 접어들었고 이병규 외에 주축 타자들도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상황이었다. 야수진에서 20대 스타는 보이지 않았고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두 명을 제외하면 빈틈 투성, 고질병인 불펜 불안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것 같았다. 주전 포수는 FA로 팀을 떠났는데 남은 포수 중 한 시즌 100경기 이상을 뛰어본 이가 전무했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들이 시즌 개막과 동시에 하나둘씩 상쇄됐다. 이병규(9번)는 개막전 만루포와 함께 건재함을 과시했고 4번 타자 정성훈은 홈런포를 가동하며 올 시즌을 커리어 최고의 시즌으로 만들 기세였다. 박용택·이진영도 맹타를 휘둘렀고 리그 최고령 타자인 최동수도 3할 이상을 유지했다. 이병규(7번)와 오지환 등 20대 타자들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선발진에선 주키치가 리그 최고 에이스투수로 떠올랐고 베테랑 투수 김광삼과 이승우·최성훈·임정우의 신예 선발투수들이 신구조화를 이뤘다. 주키치를 제외하면 이닝이터는 없었지만 그래도 5명의 선발투수들이 각기 다른 개성을 앞세워 5이닝 이상은 소화했다. 10년째 답을 찾지 못했던 불펜도 첫 번째 마무리 카드 레다메스 리즈는 실패했지만 봉중근이 13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마침내 마무리투수 갈증을 해결시켰다. 또한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유원상은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진화, 마침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수비력 향상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수비 연습에 유난히 많은 땀을 흘린 LG는 유격수 오지환의 성장과 더불어 야수들의 호흡이 일취월장했다. 팀 승리를 이끄는 클러치수비도 꾸준히 나왔고 이병규(7번)의 1루수 전향과 서동욱의 2루 고정도 대성공이었다.
이렇게 예상외로 탄탄한 전력을 갖춘 LG는 꾸준히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했다. 무려 10차례나 5할 승률 마지노선에 있었지만 모두 승리를 거두며 중위권에 자리했다. 그 와중에도 김기태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안배와 2군 선수들의 적극적인 1군 기용으로 항상 라인업의 변화를 꾀했다. 부상으로 인한 이탈자를 최소화하면서 올 시즌이야 말로 LG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 투타 붕괴, 타선 침묵·마무리 공백과 함께 시작된 급추락
시작은 타선 침묵이었다. 6월 12일 1위 SK를 불과 1.5경기차로 추격했던 LG는 14일 잠실 SK전부터 팀 타격 사이클이 바닥을 치며 흔들렸다. 체력 안배에도 베테랑 선수들의 방망이가 힘을 잃었고 이진영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어린 선수들은 당시 타격 난조에서 어떻게 벗어나야할지 모르고 허둥지둥했다. 6월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11점을 폭발, 타격 사이클이 상승 기류를 탔지만 사건은 바로 다음 경기에서 터졌다.
6월 22일 잠실 롯데전에서 봉중근이 시즌 첫 블론세이브와 자해로 인한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했다. 결국 최후의 보루였던 불펜진까지 붕괴, 2경기 연속 9회 블론세이브로 역전패를 당했고 선발투수들도 주키치를 제외하면 모두 무너졌다. 수비도 마찬가지였다. 어느덧 오지환은 이전의 불안한 모습을 반복하고 있었고 외야 수비의 핵 이대형이 타격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자 촘촘했던 외야수비는 보이지 않았다. 3점대를 유지했던 팀 평균자책점은 4점대로 올라갔고 팀 실책 역시 불명예스러운 1위가 됐다.
5할 유지 본능도 자취를 감춘 채 6연패로 급추락, 2연승으로 다시 일어서는 듯했지만 다시 7연패를 당해 어느덧 5할 승률 -10에 가까워졌다. 공격 중심 라인업과 수비 중심 라인업을 골고루 선택해 봤지만 마운드 붕괴 속에 아무것도 답이 되지 못했고 선수들은 하나 둘씩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LG는 지난 시즌과 똑같이, 시즌 초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순위표의 바닥을 향했다.
▲ 추락 속에서도 발견한 희망

비록 갑작스러운 팀 붕괴로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좌절 위기에 처했지만 팀의 미래를 밝히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올 시즌 지난 9년 동안 없었던 불펜 필승조가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한화에서 항상 미완의 대기라는 평가만 받았던 유원상이 리그 최고의 셋업맨 대열에 합류, 철벽투를 펼치고 있다. 사고 아닌 사고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봉중근은 이상훈 이후 마무리투수 가뭄을 해결해 줄 적임자로 낙점됐다.
신예 선발투수들의 발견도 큰 수확이다. 대졸신인 최성훈과 개막 2연전 위닝시리즈 달성의 주인공 이승우, 2년차 임정우 등 앞으로 LG 마운드를 책임질 선발투수들이 나타났다. 특히 최성훈은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선발 등판시 평균자책점 3.42를 마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야수진도 더디지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병규(7번)가 팀 내 최고 타율과 출루율을 올리며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선수가 됐고 오지환도 환희와 좌절 속에 팀 내 홈런과 타점 부문 2위에 자리 중이다. 공수 밸런스가 맞지는 않지만 서동욱은 2루 수비에 완전히 적응했고 정의윤은 적은 출장기회 속에서도 3할에 가까운 타율을 올리고 있다. 종아리와 갈비뼈 부상으로 뒤늦게 컨디션을 회복한 김태완도 최근 맹타를 휘두르며 존재감을 알렸다.
LG는 5할 승률 -8로 후반기를 시작한다. 이미 김기태 감독은 다음 30경기에서 팀 운명이 좌우된다고 판단, 8월까지 총력전을 선언한 상태다. LG의 시즌 초 기세가 단순한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진짜 모습이었는지 곧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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