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결산] '전반기 3위' 넥센, 야구 드라마를 꿈꾸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7.20 08: 54

"우리 팀은 야구 뿐만 아니라 모든 게 감동이다".
넥센 히어로즈가 올 시즌 프로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넥센은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인 목동 롯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가며 40승2무36패를 기록했다. 마지막날인 19일 3위 두산이 KIA에 패하면서 승률이 5할1푼9리가 돼, 넥센은 5할2푼6리의 승률로 전반기를 3위 마감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넥센이 전반기에 40승을 거둔 것은 물론 3위의 성적을 거둔 것이 모두 2008년 창단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시범경기에서 넥센이 2위를 했을 때도 아무도 그 기세가 시즌까지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지만 넥센은 보란듯이 순항하고 있다.
▲ 패기 넘치던 선수들, 경험을 수혈받다
김시진 감독은 전반기를 마친 뒤 "우리 팀에는 눈빛이 남다른 선수들이 많다. 야구를 하지 못해 절실한 마음이 큰 것이다. 그런 선수들이 이만큼 해냈다. 우리 팀은 야구 뿐만 아니라 모든 게 감동"이라는 말로 쾌거를 이뤄낸 선수들을 칭찬했다.
사연 없는 사람이야 누가 있겠냐만 넥센에는 유독 '야구 인생'이 굴곡진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신고 테스트를 받고 입단한 서건창, 2010시즌 후 신고선수로 들어온 허도환, 만년 백업, 대주자였던 정수성, 트레이드로 옮겨온 박병호, 김민성, 박성훈, 이정훈 등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넥센은 장담할 수 없다.
이들의 눈빛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은 경험이 풍부한 박흥식 타격코치, 정민태 투수코치, 김동수 배터리코치 등 코치진의 가르침과 그들에게 꾸준히 주어진 출전 기회가 메워줬다. 특히 서건창은 시즌 초부터 기회를 얻은 뒤 주전 2루수로 발돋움하며 올스타 출전이라는 영광까지 안았다.
▲ 안정된 선발진, 젊어진 야수진
지난해 리그 최다패(7승15패) 투수 브랜든 나이트. 그는 올 시즌 무릎 부상을 털어내고 평균자책점 1위(2.22), 다승 공동 2위(9승2패)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처음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앤디 밴 헤켄의 호투는 넥센에 '깜짝 선물'이었다. 이렇게 원투 펀치가 갖춰지면서 토종 선발진의 변동이 팀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았다.
외국인 원투 펀치가 활약하는 동안 넥센은 선발진 구성에 있어 변화를 겪었다. 문성현이 5월초 갈비뼈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고 강윤구는 5월 제구력 문제로 역시 2군에 내려갔다. 문성현의 빈 자리는 '터지지 않는 유망주'라 불리던 김영민이 잘 메웠다. 강윤구의 자리는 장효훈에 이어 한현희가 꿰찼다. 김병현이 선발 데뷔 무대를 갖고 심수창 대신 마지막 선발 퍼즐을 채웠다.
한편 넥센의 올해 눈에 띄는 점은 확 젊어진 내야다. 이숭용이 은퇴하고 김일경이 이적하면서 넥센 내야는 현재 한국나이 27세의 박병호가 이끌고 있다. 그를 필두로 강정호, 서건창, 김민성, 유재신 등 젊은 내야수들이 올 시즌 비교적 안정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택근, 오윤, 유한준, 정수성으로 이어지는 노련한 외야는 내야의 젊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주장 이택근, 타점 선두 박병호와 홈런 선두 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김시진 감독의 기대에 120%로 보답하고 있다.
올 시즌 넥센은 이택근을 FA로 영입하고 김병현이 입단하며 전력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최하위에서 올 시즌 전반기 3위로 뛰어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선수들의 잠재력 폭발이다. 장기영, 오윤 등이 상하위 타선에서 제 기량을 뽐내고 있고 강정호는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하반기 넥센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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