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격수 오지환(22)이 롤러코스터 같았던 전반기를 마감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약하고 있다.
시즌 초 오지환은 누구보다 화려했다. 개막전부터 8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벌였고 약점이었던 좌투수 공략에도 성공, 차우찬·권혁·유먼·강영식 등의 왼손 투수들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냈다. 수비 역시 일취월장했다. 오키나와 지옥훈련을 통해 풋워크가 몰라보게 향상됐다. 비로소 LG의 미래를 책임질 공수겸장 유격수 슈퍼스타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지환은 5월 타율 1할7푼6리, 수비에서도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적응하지 못하며 급격히 추락했다. 어느덧 실책은 두 자릿수를 훌쩍 넘겼고 탈삼진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갔다. 좌투수 상대로도 다시 고전했다. 공수 모두에서 마음만 앞선 듯 보였고 결과적으로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수비가 너무 안됐다. 해서는 안 되는 송구에러가 너무 많았다. 송구할 타이밍과 송구해서는 안 되는 타이밍을 구분하지 못했다. 던지면서도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강하게 던졌다가 에러만 쌓여갔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수비할 때 움츠려 들었다. 잠실구장 그라운드에는 도무지 적응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악순환이 반복이었다.”
다행히 부진은 길게 가지 않았다. 오지환은 일단 타석에서 컨디션을 찾았다. 5월 침묵에서 벗어나 6월에 팀 내 최다 17타점을 올렸고 7월부터는 타율 3할1푼3리를 기록했다. 결국 전반기 동안 8홈런 38타점을 올리며 팀 내 홈런·타점 부문 2위에 자리했다. OPS 0.729로 리그 유격수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 그야말로 하위타선의 4번 타자가 됐다. 지난 17일 잠실 SK전에선 처음으로 두 번의 고의4구를 기록했다.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고의4구를 얻은 것은 처음이다. 공포의 2할3푼짜리 타자가 된 거 같았다. 경기 전부터 조인성 선배님이 스윙이 좋다고 피해야겠다고 하셨다. 그냥 농담인줄 알았는데 진짜였다. 사실 그동안 수비가 너무 불안해서 어떻게든 타석에서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최근 좋은 스윙이 나오고 있다. 김무관 타격코치님께서 주문하신 타격자세도 나오고 나도 모르게 내가 가장 좋았던 스윙 궤적이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타격 상승세는 수비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최근 오지환은 최근 15경기 연속 무실책을 기록 중이다. 실책수가 쌓이면서 잠시 수비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다시 시즌 초의 풋워크가 나오고 있다. 빠르고 정확한 송구 능력으로 외야 릴레이 플레이서도 최고의 커트맨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잠실 SK전에선 이대형의 송구를 받아 완벽한 홈송구로 태그아웃을 유도했다. 공포로 다가왔던 잠실구장 그라운드에도 차차 익숙해지고 있다. 오지환은 자신감을 회복한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한 팀을 위해 더 열심히 뛸 것을 다짐했다.
“올해도 탈삼진과 실책에서 1위에 오르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큰 거 하나씩은 해주는 선수라는 이미지를 보였으면 좋겠다. 호수비든 홈런이든 팀이 이기는 데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길 원한다. 아직 한 번도 타율 2할5푼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 3할 타율은 힘들지 몰라도 일단 2할 5푼에 꾸준히 타점을 기록하는 타자가 되는 게 목표다. 수비도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차차 적응하고 있다.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 팀이 힘든 상황에 있는데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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