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결산] 시작부터 꼬인 한화, 공수주 총체적 난국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7.20 08: 55

시작부터 제대로 꼬였다. 한 번 꼬인 실타래는 매듭이 풀리지 않고 있다.
한화가 악몽 같은 전반기를 보냈다. 전반기 마지막 4경기에서도 승리없이 3패1무만을 당한 한화는 28승49패2무 승률 3할6푼4리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8개팀 중 유일하게 3할대 승률에 30승 고지도 밟지 못했다. 개막 이후 한 번도 최하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화의 승률은 창단 첫 해였던 1986년(0.290)과 8개팀 체제 첫 최하위였던 2009년(0.346)에 이어 3번째로 낮다.
▲ 시작부터 꼬였다

한화는 개막전에서 롯데에 1-4 패배를 당했다. 한대화 감독은 심판에 항의하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퇴장당하며 최초의 개막 퇴장 1호 불명예를 안았다. 개막 출발부터 뭔가 찜찜했던 것이다. 시작부터 꼬였고 그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 느낌이다.
먼저 홈구장이 문제였다. 본거지 대전구장의 리모델링이 늦어지며 제2의 홈 청주구장에서 개막 한 달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집에서 출퇴근하는 대전과 숙소에서 합숙하는 청주는 컨디션 조절에서 확실히 큰 차이가 있었다. 선수들은 "스프링캠프에 다녀온 뒤 집에도 몇번 못 갔다. 원정 같은 생활이 계속되는 바람에 솔직히 체력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청주구장 11경기에서 4승7패로 고전했다. 개막 한 달은 기선제압의 의미에서 중요한 시기인데 이 때부터 상대에게 쉬운 팀으로 인식되며 약점을 잡혔다. 대전구장 리모델링을 예정대로 맞추지 못하고 행정적인 절차로 차일피일 미뤄진 게 뼈아팠다. 모든 게 결과론이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점에서 홈구장 문제는 한화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또 하나는 외국인선수 문제. 브라이언 배스는 이미 캠프 때부터 불안감을 노출했다. 현장에서는 선발과 구원으로 1경기씩 기용한 뒤 일찌감치 불가 판정을 내렸다. 외국인선수 하나가 시작부터 어긋나며 일이 꼬였다. 배스의 대체 외국인선수를 찾느라 두 달 가까운 시기를 보냈고 그 사이 한화는 순위싸움에서 점점 밀려났다. 시작부터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었다.
▲ 공수주 총체적 난국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했다. 한화는 올해도 팀 평균자책점에서 최하위(4.94)에 그치고 있다. 선발(4.82)·구원(5.20) 가릴 것 없이 모두 부진하다. '원투펀치' 류현진-박찬호는 퀄리티 스타트 10회·7회에도 거둔 승수는 3승·4승에 불과하다. 야구는 혼자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개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불펜은 최다 블론세이브 9개에서 나타나듯 리드를 지킬 힘이 떨어졌다. 역전패가 22패로 가장 많은데 그 중 12패가 6회 이후에 뒤집어진 것이었다. 믿었던 박정진과 송신영 그리고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가 부상 후유증과 예기치 못한 부진에 빠진 탓이었다.
그렇다고 공격이 잘 풀린 것도 아니었다. 한화는 팀 출루율 3위(0.344)에서 나타나듯 루상에 주자가 자주 나간 편이지만 좀처럼 홈으로 불러들이질 못했다. 득점권 타율이 6위(0.262)인데 체감상으로는 더 낮게 느껴졌다. 유독 결정적일 때 터지지 않았다. 특히 4번타자 김태균 앞에서 번번히 찬스가 끊기거나 그를 거른 뒤 승부에서 말렸다. 그 결과 한화는 경기당 평균 득점이 4.1점으로 가장 적다. 공격의 연결이나 흐름이 원활치 못하다는 뜻이다. 스리번트·번트병살 2개 포함해 번트아웃이 무려 11개로 가장 많은데 작전수행능력도 그만큼 떨어졌다.
결정타는 사실 수비였다. 공식 기록된 실책은 49개로 3번째로 많다. 하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가 팀 전체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실책은 전염병처럼 번져 2실책 이상이 13경기였고, 3실책 경기도 5경기 있었다. 안정되지 못한 수비는 마운드 불안을 야기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투수가 야수들을 믿고 던질 수 없는 환경이었다. 실책 뿐만 아니라 폭투도 55개로 2위 그룹들을 15개차로 따돌리는 압도적인 1위. 스트라이크 낫아웃 출루가 3개이고, 폭투로 주자가 들어온 것도 12개로 가장 많았다. 안방부터 불안하니 마운드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난국은 외국인선수. 배스를 보낸 뒤 데려온 션 헨은 불펜 투수였다. 데니 바티스타가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불펜으로 쓰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것도 승리조가 아니라 추격조에 쓰일 만한 기량. 션 헨은 구원과 선발 모두 한계를 드러냈다. 올해 한화는 바티스타가 블론세이브 이후 거둔 쑥스러운 구원승이 유일한 외국인 투수 승리다. 나머지 7개팀 외국인 투수 평균 승수는 12.3승. 외국인선수 농사마저 실패하며 한화는 무려 10승 이상 손해봤다.
▲ 김태균·류현진·박찬호 빅3의 분전
비록 팀은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지만 대기록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4번타자 김태균이다. 김태균은 전반기 72경기에서 241타수 96안타 타율 3할9푼8리 12홈런 52타점으로 활약했다. 전반기를 4할 문턱에서 마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원년이었던 1982년 MBC 백인천(0.412) 이후 30년 만에 꿈의 4할 타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김태균도 "4할 타율에 도전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지금의 타격감과 불굴의 의지라면 한 번 해볼 만하다. 6월 부상으로 타율이 3할8푼8리까지 떨어진 타율을 4할 근처까지 올렸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류현진도 200탈삼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지독한 불운 속에 3승5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하는데 그친 류현진은 최소경기 100승 꿈도 물건너갔다. 하지만 올해 11경기에서 119개 삼진을 잡아냈다. 9이닝당 탈삼진 11.3개는 데뷔 후 최고 기록이다. 후반기 페이스를 더 끌어올리면 2006년 자신이 기록한 204개 이후 6년 만에 200탈삼진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역대 200탈삼진은 류현진 포함 8명의 투수들이 11차례 거둔 보기 드문 기록이다. 올해 류현진의 삼진 잡는 피칭은 절정에 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활약도 눈물겹다. 한화 팀 내에서 유일하게 부상없이 선발로테이션을 지키며 4승5패평균자책점 3.77로 활약했다. 우리나이 불혹의 투수가 로테이션 이탈 없이 2선발급의 활약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특히 팀이 연패에 빠져있을 때 더 강해졌다. 16경기 중 10경기가 연패 중일 때 등판이었는데 3승3패 평균자책점 3.23으로 호투했다. 이 10경기에서 한화도 6승4패. 연패 스토퍼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도 한화의 믿기지 않는 추락을 막을 수 없었다. 야구가 몇몇 스타 선수들에 의해 움직이는 간단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사실이 올해 한화를 통해 입증되는 것이다. 그래서 야구는 참 어렵다. 한화는 아직 고쳐야 할 게 많은 팀이라는 걸 제대로 실감한 전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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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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