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결산] 출발 불안했던 삼성, 디펜딩 챔프의 위용 발휘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07.20 09: 11

명불허전(名不虛傳).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가 1강의 위용을 과시했다. 지난해 사상 첫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삼성은 올 시즌 1강 후보로 평가받았다. 기존 전력에 '국민타자' 이승엽이 9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했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 10승 투수 출신 미치 탈보트와 SK에서 뛰었던 브라이언 고든으로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누가 봐도 최강팀의 면모를 갖췄다. 하지만 출발은 좋지 않았다. 4,5월 하위권에 맴돌았다. 한때 7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부진을 면치 못했다. 5할 승률이 힘겨울 정도였으니. 지난해 타선을 이끌었던 최형우와 배영섭의 방망이는 끝모를 침묵을 지켰고 좌완 에이스로서 기대를 모았던 차우찬은 잇딴 부진에 허덕이는 등 투타 엇박자가 심했다. 다행히도 1위와의 승차가 많지 않아 추격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1일 넥센을 꺾고 올 시즌 처음으로 단독 선두에 오른 삼성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다승 선두 장원삼, 최고의 좌완으로 '우뚝'
좌완 장원삼의 활약은 눈부시다. 지난해 아시아 시리즈 MVP를 차지했던 그는 올 시즌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16차례 마운드에 올라 11승 3패 1홀드(평균자책점 3.13)으로 순항 중이다. 미치 탈보트(삼성), 더스틴 니퍼트(두산), 벤자민 주키치(LG), 브랜든 나이트(넥센) 등 외국인 투수들을 제치고 다승 부문 단독 선두를 지키고 있다. 140km 중반의 직구 뿐만 아니라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위력이 배가 됐다. 현재 분위기라면 1998년 스캇 베이커 이후 14년 만에 삼성의 좌완 15승 투수 명맥을 되살릴 가능성이 높다. 전반기를 1위로 마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극강 마운드. 시즌 초반에는 삐걱거렸지만 금세 제자리를 되찾았다. 류중일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는 조급해지니까 시즌 초반에 성적이 좋지 않으면 투수들을 막 끌어다 쓰고 싶었다. 그러나 오치아이 에이지, 김태한 투수 코치가 말렸다. 참을성 있게 기다리니까 결국에는 투수들이 제 몫을 해주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허허 웃었다.

▲이승엽, 클래스는 영원하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파란 유니폼을 다시 입은 '국민타자' 이승엽. 이른바 승짱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타율 3할1푼8리(299타수 95안타) 16홈런 57타점 55득점 5도루로 맹타를 선보였다.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와 주루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이른 이승엽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걸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승엽은 이승엽이다. 단순히 기량적인 측면만 놓고 이승엽을 평가하면 곤란하다. 그가 팀내 미치는 영향을 빼놓아선 안된다. '라커룸의 진정한 리더'답게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류 감독은 "(이승엽 효과가) 엄청나게 크다. 전반기는 승엽이가 다했다. 승엽이가 (최)형우 몫까지 해줬다"고 엄지를 세웠다. "주변에서는 '(최)형우가 부진할때 (이)승엽이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하더라. 홈런도 많이 치고 타점도 많이 올렸지만 승엽이의 행동 하나 하나를 후배들이 많이 보고 배울 것이다". 류 감독이 기대했던 이승엽 효과는 대성공이었다.
▲부상 방지, 강팀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사령탑에 부임한 뒤 '부상은 실력'이라고 주창해왔다. 제 아무리 좋은 선수를 보유했어도 부상을 입으면 아무 소용없기에. 올해도 마찬가지. 부상으로 인한 심각한 전력 이탈이 없었다는 게 1위 등극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 박한이가 4월 1일 두산과의 시범경기 최종전서 왼쪽 허벅지 부상을 입은 뒤 1달간 결장한 게 전부. 5월 1일 1군 무대에 복귀한 박한이는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이며 부상 공백의 아쉬움을 떨쳐냈다. 윤성환 또한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 후반기 첫 대결인 SK와의 주중 3연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류 감독은 "부상이 없는 팀이 강팀"이라고 힘줘 말한 뒤 "시즌 전부터 부상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는데 역시 부상 변수가 참 중요하다. 작년에도 그랬고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한 선수가 거의 없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심창민, 이지영, 정형식 등 히트상품 대거 등장
삼성에는 해마다 깜짝 스타가 탄생한다. 올해 만큼은 깜짝 스타 풍년 모드다. 사이드암 심창민을 비롯해 이지영(포수), 정형식(외야수)이 그 주인공. 데뷔 첫해(2011년) 어깨 재활에만 매달렸던 심창민은 시즌 초반 2군 무대에서 소방수로 활약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6차례 등판해 4세이브를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0.00. 4월 28일 1군 승격 이후 패전 처리로 시작해 필승조로 신분이 수직 상승했다. 진갑용의 계보를 이을 포수 발굴은 삼성의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 상무 출신 이지영이 진갑용의 계보를 이을 차세대 안방마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적극적인 타격과 뛰어난 컨택 능력은 그의 강점. 포수로서 수비 능력 보완은 풀어야 할 과제. 전 LA 에인절스 투수 정영일의 친동생으로 잘 알려진 정형식은 삼성의 '한 박자 빠른 야구'에 이바지하고 있다. 정형식은 강한 어깨와 빠른 발을 겸비해 팀내 외야수 가운데 최고의 수비 능력을 과시한다.
▲채태인과 배영섭, 후반기에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까
최형우는 서서히 제 컨디션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제 채태인만 남았다. 이승엽이 복귀한 뒤 "채태인은 주전 1루수"라는 류중일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대보다 실망이 더욱 컸던게 사실. 수 차례 2군행 통보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류 감독은 채태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언제든지 큼지막한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지난해 1번 중책을 맡으며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배영섭 또한 기대 이하. 류 감독은 배영섭이 1번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준다면 타선 구축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여기고 있다. "채태인과 배영섭이 자리잡아야 한다. 라인업이 자주 바뀌면 팀이 약해 보이고 선수들도 모두 반쪽이 된다. 주전이 확실하게 라인업에 있어야 팀이 강한 것이다". 채태인과 배영섭만 살아난다면 삼성의 화끈한 공격 야구는 한층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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