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승리였다.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인 선덜랜드와는 달리 리그 도중 참가해 실전 감각이 살아있고 또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라는 점에서 내심 승리를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주인공은 성남이었다.
성남 일화가 지난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2피스컵 개막전에서 전반 29분 터진 에벨톤의 결승골을 앞세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인 선덜랜드를 1-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우승 후보로 꼽힌 EPL 팀을 상대로 K리그 최다 우승팀으로서 자존심을 지킨 한 판 승부였다.
단 1승에 불과하지만 이번 선덜랜드전은 성남에겐 퍽 의미있는 승리로 평가된다.

첫째는 최근 K리그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 광주전(2-1)에서 6경기 만에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주최팀으로 참가한 이번 피스컵에서 또 1회전서 탈락했다면 애써 찾은 상승 분위기가 다시금 꺾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EPL 클럽에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는 점은 지금껏 승리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던 성남에게 상당한 자신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는 사상 첫 결승 진출을 통해 지난 4번의 대회에서 우승은 커녕 단 한 번도 결승 문턱에조차 못 가며 구겨졌던 자존심을 일부나마 회복했다는 점이다. 실제 성남은 지난 2003년 초대 대회부터 매번 참가해 오고 있지만 초청 클럽들이 하나 같이 뛰어난 팀들이었다 보니 1회 대회서 베시크타스(터키)와 카이저 치프스(남아공)에 승리한 이후 9경기 연속 무승(3무6패)에 그쳤다. 신태용 감독으로선 지긋지긋하게 이어졌던 무승 징크스를 9년 만에 깨뜨린 셈이다.
에벨찡요의 임대 복귀와 함께 새롭게 손발을 맞추게 된 에벨톤과 레이나의 호흡 역시 기대 이상으로 잘 맞아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에벨톤은 전반 29분 문전 침투 과정에서 레이나의 감각적인 힐 패스를 받아 선덜랜드의 골문을 갈랐고 결승골이 됐다. 남은 시즌 성남의 전방을 책임질 두 외국인 선수의 합작품이 승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었던 선덜랜드전이었다.
물론 아직 최종 관문이 결승전이 남아 있다. 성남은 오는 22일 함부르크-흐로닝언 승자와 2012피스컵 우승 트로피를 놓고 대결을 펼친다. 만약 결승전에서도 승리해 사상 처음으로 피스컵 우승을 차지한다면 여세를 몰아 K리그에서도 분위기 반전를 노릴 수 있다.
실제로 성남은 당장 다음주부터 전북전을 시작으로 K리그 상위권 팀들과 연전을 펼쳐야 한다. 성남이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피스컵 우승을 통해 상승세의 방점을 찍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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