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SK. 지난 5년 동안 보여줬던 단독 질주는 아니었지만 +10승이라는 차액을 누리며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SK는 지난 19일 잠실 LG전에서 8-2로 완승, 연패를 마감하며 전반기를 마쳤다. 39승 38패 1무, 승률 5할6리. 5위 KIA(36승 35패 4무)와 승차 없는 6위다. 2위 롯데(40승 34패 4무)4위 두산(41승 38패 1무)과는 1경기차다. 지난 5년과 비교하면 실망스럽고도 낯선 순위. 그러나 승차로 따지면 반드시 절망적이지도 않다.
▲정점과 함께 추락한 SK

SK는 지난 6월 16일 문학 한화전에서 3-1로 승리했다. 로페즈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부시가 데뷔전에서 7이닝 1실점하며 승리를 챙긴 날이었다. 32승 22패 1무로 +10승이라는 차액을 내며 선두를 질주했다. 3경기차로 벌어져 있던 2위 LG가 +4승 정도였으니 상당한 거리감이었다.
그러나 이후 SK는 무섭게 추락했다. 롯데, KIA, 삼성과의 3연전을 모두 루징시리즈로 장식했다. 지난 6월 28일 대구 삼성전부터 지난 11일 문학 넥센전까지 8연패에 빠졌다. 2006년 이후 6년여만에 경험한 8연패. 그 사이 "7월에 +6승, 8월에 +7승을 달성해서 +18승을 만들 것"이라는 사령탑으로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이만수 감독의 발언까지 겹쳐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었다.
전반기 마지막에는 그나마 조금씩 분위기를 다시 잡아가는 모습. 8연패 후 3연승을 거둔 SK는 LG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2연패 후 다시 승리를 거뒀다.
▲힘겨웠던 마운드
5년 연속 정상권을 군림했던 SK지만 시즌 전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마운드였다. 부상에 따른 선발진 구성이 힘들었다. 정대현, 이승호의 이적에 따른 불펜의 공백도 커보였다. 전반기 결과 팀평균자책점 3.92(4위)라는 성적이 놀라울 정도다.
SK는 이런 우려를 떨쳐내며 잘 헤쳐나가는 듯 했다. 마리오 산티아고, 아킬리노 로페즈 2명의 외국인 투수에 윤희상으로 3명의 선발을 우선 구축했다. 나머지 선발 두자리는 이영욱, 임치영 등 임시선발로 버텨냈다. 그송은범이 부상에서 회복, 희망의 찬가를 부르나 했다.
갑작스런 로페즈의 전력 이탈도 이런 분위기를 다운시키지는 못했다. 제춘모, 허준혁 등이 구멍을 메웠고 김광현가지 가세했다. 부시가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를 때만 해도 SK 마운드는 균형을 유지했다.
박희수와 정우람의 이탈은 SK 마운드를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몰았다. 정우람의 공백을 박희수가 메워 나갔지만 불펜의 척추 2개가 한꺼번에 탈이 나자 SK 마운드가 전체적으로 힘을 잃었다. 결국 전반기 마감을 앞두고 모두 복귀하면서 다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모습이다.

▲답답한 타선, 여전한 수비
SK 타선은 시즌 내내 답답함을 이어갔다. 전반기를 마친 결과 SK의 팀타율은 2할5푼5리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슬럼프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고요했다. 게다가 득점권 타율마저 좋지 않았다. 8개 구단 중 7위. LG가 2할4푼2리고 SK가 2할5푼2리다.
팀홈런은 69개로 단연 선두. 64개로 2위인 넥센과 비교해 5개가 많다. 하지만 SK 특유의 아기자기함 속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이 보이지 않았다. 1번타자부터 9번타자까지 모두 큰 스윙으로 일관했다.
팀도루는 44개. 느림보 구단인 한화보다 3개가 적다. 한 베이스 더 가는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으로 대표됐던 SK였다. 정근우, 김강민, 박재상, 최정 등 뛸 능력을 지닌 타자들의 총체적인 부상이 문제였다. 이런 나비효과는 상대 투수들이 편하게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게 해줬다. 타선의 침묵은 마운드가 상쇄하면서 버텼다. 그러나 투수들이 하나 둘 이탈하면서 타선의 공백은 커졌다.
그나마 '역시 SK'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수비였다. 8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실책수(33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물론 단순히 숫자에 불과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투수들이 야수들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SK다.

▲후반기 대도약 가능할까
"최소 4강권은 무난할 것"이라는 이만수 감독의 말처럼 SK는 후반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일단 긍정적이다. 우선 선발진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시즌 초반 바람이던 5선발 체제가 가능해졌다. 왼 무릎 부상에서 회복돼 26일만에 선발 마운드에 선 마리오가 19일 LG전에서 5⅔이닝 2실점하며 시즌 4승에 성공했다.
여기에 후반기 첫 째주에는 김광현이 돌아온다. 김광현은 최근 불펜 피칭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후 라이브피칭으로 후반기 선발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마리오, 김광현, 부시, 윤희상, 송은범 5명의 완성형 선발진으로 후반기를 열어젖힐 수 있다.
불펜도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박희수와 정우람이 부상에서 벗어나 합류했다. 여기에 두둑한 신뢰를 받고 있는 이재영을 비롯해 최영필, 박정배, 제춘모, 전유수, 허준혁 등이 건재하고 엄정욱, 채병룡, 신승현, 이영욱, 임경완, 임치영 등 스윙맨들도 두둑하다.
타선은 확실히 살아나는 분위기다. 8연패 후 6경기에서 3할대 팀타율(.308)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적인 득점권 타율은 2할5푼7리로 여전히 낮지만 한 이닝 득점력 즉 순간적인 집중력은 높아진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 톱타자 정근우가 살아날 기미를 보였고 김재현, 김성현 등 도루 능력을 뽐내며 새롭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결국 경기력 외의 돌출 변수나 부상만 없다면 SK의 후반기 도약은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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