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채병룡, "홈런 맞은 느낌 도움될 것"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7.20 13: 59

"홈런 맞은 느낌을 새겼다."
SK 투수 채병룡(30)이 2군행에도 오히려 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채병룡은 지난 18일 잠실 LG전에 등판했다. 지난 2009년 9월 23일 문학 삼성전 이후 첫 페넌트레이스 마운드다. 실질적으로는 그 해 10월 24일 KIA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 이후 처음이니 약 3년 가까이 흘렀다.

2-5로 패색이 짙던 8회말이었다. 승패와는 상관없는 만큼 1군 마운드를 오랜만에 경험한다는 차원에서 홀가분하게 나왔다.
채병룡은 첫 타자 이대형을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산뜻한 복귀를 알렸다. 그러나 곧 다음타자 이병규(7번)에게 백스크린 바로 아래 떨어지는 솔로포를 맞고 말았다. 비거리 130m짜리로 이병규에게는 시즌 2호 홈런이었다.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인 채병룡은 다음 김일경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박용택에게 초구 안타를 맞았으나 이병규(9번)를 2루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1이닝 2피안타(1홈런) 1삼진 1실점. 총투구수는 14개. 직구는 140km를 넘지 못했다.
결국 채병룡은 다음날 2군으로 내려갔다. 이만수 감독은 채병룡에 대해 "오랜만에 선 마운드였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기대가 된다"면서도 "공백이 너무 길었다. 2군에서 선발로 계속 던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병룡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법 했다. 첫 등판에서 홈런을 맞았지만 계속 1군에 남아 경기 감각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내심 바랐다. 하지만 결국 2군행을 받아들여야 했다.
"기분은 괜찮다"며 전화 통화에서 애써 웃음을 들려준 채병룡이었다. 이어 채병룡은 "마음을 비우고 던지는 것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2군에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던지는데만 신경쓰겠다"고 쿨하게 받아들였다.
홈런을 맞은 상황에 대해서는 2009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7차전이 뇌리를 스치나 했다. 당시 KIA 나지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아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야구를 끊고 지냈을 정도였다. 또 홈런을 맞았으니 자신에게 화를 낼 법도 했다.
하지만 채병룡은 오히려 "홈런을 맞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 감각이 오히려 빨리 내 공을 찾을 수 있게 만들 것 같다"면서 "홈런을 맞았다는 것은 내가 부족하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집에서는 아내와 딸 둘을 둔 가장인 채병룡이다. "아내가 갑자기 치킨이랑 맥주를 한잔 하자고 하더라"는 채병룡은 "말 없이 지켜봐주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내 볼을 찾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후반기 총력전에 나설 SK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자원인 채병룡이다. 첫 등판에서 맞은 홈런 한 방이 채병룡에게 보약으로 작용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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