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까지 공이 갈 지도 모르겠네요".
한국과 일본 레전드가 맞붙는 '넥센타이어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매치 2012' 가 20일 오후 7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단장,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이 감독을 맡은 한국 대표팀은 선동렬 KIA 타이거즈 감독을 비롯해 김시진(넥센 히어로즈) 이만수(SK 와이번스) 김기태(LG 트윈스) 한대화(한화 이글스) 류중일(삼성 라이온즈) 등 6개 구단의 감독이 포함됐다.
포지션별로는 투수 선동렬 송진우 김시진 김용수 조계현 한용덕 정민철, 포수 이만수 김동수, 내야수 김광수 한대화 류중일 유지현 김한수 박정태 김기태 김성한, 외야수 이순철 이종범 양준혁 전준호 장원진이 선정됐다.

일본 대표팀은 아시아 최초의 3000안타 주인공 장훈이 단장을 맡고 한신 타이거스 감독 출신의 후지타 타이라가 팀을 이끈다. 일본 최고의 마무리로 불리는 사사키 가즈히로를 비롯해 통산 525 홈런을 기록한 기요하라 가즈히로, 퍼펙트게임 투수 마키하라 히로미 등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역대 선수들이 라인업을 이룬다. 이토 쓰토무 두산 수석코치, 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투수코치, 후쿠하라 미네오 한화 수비코치 등 한국에서 활동하는 현역 코치들도 포함됐다.
경기에 앞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흘러간 세월을 원망하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하소연을 했다. 한 때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하던 선수들이지만 이제는 몸 따로 마음 따로다. 이구동성으로 약한 소리를 하며 옛날을 회상했다.
통산 타율 2할9푼6리 252홈런에 빛나는 역대 최고의 공격형 포수 SK 이만수(54) 감독은 "뛰다가 넘어질까 걱정된다. 마음 만은 선수시절인데 걱정된다"며 짐짓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대 최고의 유격수로 손꼽혔던 삼성 류중일(49) 감독 역시 "마음 따로 몸 따로다. 스파이크가 잔디에 걸려서 넘어질 뻔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뛰는 것 뿐만 아니라 치는 것도 걱정이다. 최초의 좌타자 홈런왕에 오르는 등 거포로 이름을 날린 LG 김기태(43) 감독은 "(월요일에) 배팅을 한 번 하니까 손이 다 까졌다. 그래서 오늘 (방망이를) 휘두르질 못 하겠다"고 말했고 신인왕 출신 넥센 김동수(44) 코치는 "잘 치긴 힘들다. (배팅연습 하다가) 방망이를 부러뜨릴 뻔했다"고 했다.
현역 시절 타자들을 마음껏 농락했던 대 투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넥센 김시진(54) 감독은 "던지는 데 가슴이 열리고 팔이 내려가는 등 상체가 문제다. 하체는 그래도 아직 벌어진다"고 냉정하게 본인의 몸 상태에 평가를 내렸고 '팔색조' LG 조계현(48) 코치는 "포수까지 공이 갈 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들 입으로는 약한 말을 쏟아 냈지만 눈빛에서는 승부욕을 숨길 수 없었다. 경기 전 한껏 엄살을 부린 레전드들이 오랜만에 나선 그라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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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