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근력이 생각보다 대단하고 송구 능력도 뛰어나다”.
코치로서 보는 한국야구 첫 시즌 전반기 가장 인상깊은 점에 대해 ‘유격수들의 송구 능력’을 꼽았다. 이토 쓰토무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가 국내 유격수들의 송구 능력을 높이 산 이유는 무엇일까.
세이부 라이온스의 황금시대를 이끈 주전 포수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2004년 감독 부임 첫 해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등 선수로서도 지도자로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이토 수석은 지난해 LG 포수 인스트럭터로 한국 야구와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올 시즌에는 두산 수석코치로 재직하며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힘쓰고 있다.

한국 무대 정식 코치로서 치른 첫 시즌 전반기 애로사항에 대해 묻자 이토 수석은 원정 경기 이동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이토 수석은 “일본도 3연전 시스템으로 경기를 치르니 일정 적응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신칸센이나 비행기로 이동하는 일본과 달리 버스로 이동해 새벽녘 집에 도착하는 생활은 어렵다”라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을 밀착취재 중인 일본 NHK와의 인터뷰서 가장 인상깊은 선수에 대해 김선빈(KIA)을 꼽은 이토 수석은 김선빈에게 강한 인상을 받은 이유를 묻자 “공수주 3박자를 고르게 갖춘 선수다.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히가시데 아키히로나 소프트뱅크 호크스 이마미야 겐타처럼 단구의 유격수지만 어깨 근력 자체도 강하고 송구 능력이 좋다”라고 답했다. 그 외에도 이토 수석은 강정호(넥센), 김상수(삼성) 등의 송구 능력을 높이 샀다.
“오히려 어깨 근력은 일본의 유격수들보다 한국 유격수들이 낫다는 생각도 들더라”. 이는 한국과 일본의 내야수비 스타일 차이와도 맞닿아있다. 과거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뉴욕 메츠-콜로라도-휴스턴에서 뛰었으나 기대만큼의 활약에는 실패한 마쓰이 가즈오(라쿠텐)의 케이스가 이를 잘 알려준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공수주를 두루 갖춘 세이부의 주전 유격수였던 마쓰이는 일본 올스타전 스피드킹 대회에서 149km를 기록했을 정도의 강견. 그러나 마쓰이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송구 능력이 약하다’라는 평까지 받았다. 이는 타구를 기다렸다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마쓰이의 수비 스타일이 메이저리그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퍼시픽리그 홈 구장 중 천연잔디 구장은 오릭스의 보조 구장인 고베 호토모토 필드 뿐. 인조잔디에서 뛰던 마쓰이는 빠른 타구를 처리하다 타구가 상대적으로 느려지는 천연 구장에서 고전했다. 대체로 일본 내야수들은 대시 수비보다 포구 안정도를 위해 기다리는 전략을 택한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타구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빠르고 강하다. 퍼시픽리그 경기는 대부분 돔구장에서 열려 강한 타구를 정 위치에서 포구해 처리하면 그만이다. 천연잔디는 다르다. 타구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앞으로 대시해 타구를 처리해야 한다”. 지바 롯데에서 미네소타로 진출한 니시오카 쓰요시에게 조언했던 마쓰이의 이야기 중 한 대목이다.
그에 반해 한국야구는 타구를 미리 예측하고 대시해 포구한 뒤 송구로 이어가는 수비를 중시한다. 박진만(SK)이 전성 시절 국내 최고의 유격수로 각광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탁월한 타구 포착력 때문이었다. 박진만은 타구가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바운드 하나를 줄여 먼저 다가간 뒤 송구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타 팀 유격수들도 이후 대시 수비를 중시하는 훈련을 치르며 이 모습을 경기력으로 이어가고자 했다. 송구로 이어지는 속도는 빠르지만 포구 안정성에서는 그만큼 일본보다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토 수석은 올해 첫 한 달을 보낸 뒤 한국야구에 대해 “수비보다 공격 지향적인 것 같다. 수비 시에도 적극적인 스타일”이라는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전반기를 마치면서 야구 경기력의 특성 언급을 삼간 이토 수석의 송구 능력 칭찬. 단순히 칭찬 만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수비 스타일 차이도 알 수 있던 이야기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