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어떻게 빵빵한 3개의 프리퀄이 가능했나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7.22 11: 28

개봉 4일만에 200만 돌파를 앞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다크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는 배트맨 프리퀄의 완결편이다. 프랜차이즈 슈퍼히어로물이 '프리퀄'을 1편도 아니고, 3부작으로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4편까지 나온 배트맨 시리즈에서 무엇을 더 빼먹을 게 있고 보여줄 게 있었을까?
그 답은 배트맨만이 가진 모호한 탄생 신화의 힘이다. 배트맨은 다른 영웅들과 다르게 그 탄생 과정이 명확하다고 말할 수 없어 수많은 상상이 가능하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고뇌하는 영웅. 슈퍼맨이 지구를 지킨다면, 배트맨은 고작 고담이라는 도시를 지킬 뿐이다. 그도 그럴것이 슈퍼맨은 멀고 먼 우주의 행성이 폭발할 때 로켓에 태워져 지구로 보내진 초능력자라면 배트맨은 어린시절 부모가 죽임을 당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연약하지만 평범한 영혼이다. 
이런 한 인간이 어떻게 다크 나이트, 어둠의 기사가 될 수 있었을까. '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슈퍼히어로의 탄생 신화가 어떻게 '현실'에 면밀히 발 붙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여기에 완벽한 원형구조 같은, 물고물리는 3부작 전개는 각각의 한 편이 아닌 연속흐름에서 탄생 과정 전체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은 유년 시절의 끔찍한 공포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혹독한 수련의 장에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악마의 머리'를 뜻하는 테러리스트 라스 알 굴에게 가르침을 받지만 세상을 파괴 시켜야 한다는 멘토의 생각보다는, 자신에게 닥친 비극이 다른 이에게 생기지 않도록 세상을 보호해야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 웨인은 그 곳을 나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혼돈과 카오스를 상징하는 조커가 지능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베인의 증권거래소 정보 조작으로 경제 파동이 일어나는 고담 시는 경제위기, 테러의 불안과 공포가 살결에 맞닿아있는 현 미국사회에 맞물리고, 배트맨은 '절대 악'에 맞서 가장 현실적인 영웅으로 그 모습을 갖추게 된다. 놀란 감독이 3D가 아닌 아이맥스를 고집한 생생한 화면도 '도시의 배트맨'이란 현실적 모습에 힘을 더한다.
'배트맨 포에버'와 '배트맨&로빈'이 천박하게까지 느껴질 정도의 화려함과 가벼움으로 원작 팬들을 실망시켰다면 배트맨 프리퀄3부작 시리즈는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라는 또 하나의 자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관조적이면서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오늘날이 요구하는 배트맨을 창조해냈다. 
수트를 입는 것을 즐긴다기 보다는, 필요에 의해 변신을 하는 모습은 아이언맨보다는 헐크에 가깝고, 부자이지만 타고난 능력보다는 후천적 기질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와도 비슷하다. 즉 배트맨은 가장 드라마틱한 탄생과정을 그릴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슈퍼히어로라고도 할 수 있다. 
다른 슈퍼히어로들을 살펴보면, 배트맨에 비해 스파이더맨의 탄생신화는 명확하다. 한 마디로 거미에 물리는 것.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주인공인 고등학생 피터 파커가 거미에 물린 것에 더해 가족의 미스터리를 더했다. 탄생과정이 그 만큼 명확했기에 프리퀄 대신 완벽한 리부트의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했다.
'아이언맨'은 탄생신화를 아예 1편에서 전적으로 다뤘다. 아이언맨은 지능과 재력은 배트맨과 비슷해보이나 '자신만만형' 인간형으로 고뇌 보다는 유머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아이언맨은 세계 최고의 군수업체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이끌고 있는 토니 스타크가 어느 날  자신이 만들어 낸 무기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귀국 후 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스스로 직접 개발한 철갑 수트를 입고 맹활약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모호한 구석은 없다.
하지만 배트맨 프리퀄 시리즈는 '유년시절 부모를 잃은 고아'란 설정에서 주인공이 왜, 어떻게 어둠의 기사가 됐는지를 무려 3부작에 달하는 긴 시간 속에 장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웨인이 보다 영웅스러운 빠른 결단력의 소유자고 조커(히스 레저)같은 배트맨보다도 매력적인 절대 악이 없었다면 이런 전설적인 프리퀄 시리즈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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