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궁 브래디 엘리슨(24)을 넘어라.
2012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남녀 개인과 단체에서 금메달 4개로 전종목 석권을 노리고 있다. 지금껏 올림픽 6연패를 이룩한 여자 단체전(기보배, 이성진, 최현주)은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이 가장 확실하다. 남자 단체전(임동현, 오진혁, 김법민)과 여자 개인전 역시 제 기량만 발휘한다면 정상 등극 역시 어렵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남자 개인전이다. 한국 양궁이야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지만 남자 개인전만큼은 지금껏 올림픽무대에서 단 한 번도 정상에 선 적이 없다. 이번 런던 대회 역시나 전종목 석권 여부는 남자 개인전에서 판가름될 전망이다. 그리고 가장 큰 적수는 미국의 신궁 브래디 엘리슨이다.

지금의 세트제가 도입된 지난 2010년 이후 두각을 드러낸 엘리슨은 한국의 이기식 감독의 지도 아래 지난해 벌어진 4차례의 국제양궁연맹(FITA) 월드컵을 모두 휩쓸며 현재 남자랭킹 1위에 올라 있다. 이번 대회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임동현은 엘리슨을 가리켜 “엘리슨은 동양선수 못지않은 침착함과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최대 강점”이라고 말하는 등 최대 적수로 지목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 한국의 양국 전종목 석권 여부는 남자 개인전에서 엘리슨을 넘느냐 못 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방암 퇴치의 열렬한 후원자로 특이하게 매번 분홍색 활대를 매고 과녁을 조준하는 그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애리조나에서 활사냥을 즐기며 자연스레 양궁을 접했고, 지금은 “활쏘기야말로 신이 내게 준 능력이자 내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애착을 드러내고 있다.
또 미국에서 양궁은 비인기종목이지만 최근엔 후원사까지 얻어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올림픽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영국의 주요 베팅업체들 역시 남녀 단체전과 여자 개인전에서는 한국을 우승 후보 1순위에 올려놓으면서도 유일하게 남자개인전은 임동현보다 엘리슨의 우승 확률을 더 높게 점쳤다. 윌리엄 힐은 엘리슨의 우승 배당을 3.25배로 책정한 반면 임동현에게는 3.50배를 배정했고, 오진혁은 8.0배를 부여받았다.
그 만큼 쉽지 않은 상대라는 점이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좌절 이후 4년을 기다려온 한국 남자 양궁이 엘리슨을 물리치고 남자 개인전 우승을 넘어 전 종목 석권의 방점을 찍을 수 있을지 런던올림픽을 즐기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nomad7981@osen.co.kr
김법민-오진혁-임동현, 왼쪽 아래는 브래디 엘리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