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게임차 뒤진 2위. 그렇지만 선두는 가속도가 붙어 점점 멀어져만 간다.
롯데 자이언츠는 전반기를 40승 4무 34패, 2위로 마감했다. 승패 마진은 +6, 전반기 최소 목표였던 +4를 상회하는 성과다. 그렇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6월까지 선두싸움을 벌였던 삼성 라이온즈가 한 번에 치고 나갔다. 롯데가 7월 10경기서 4승 1무 5패로 주춤한 사이 삼성은 무려 9승 1패를 거두며 롯데와의 게임차를 4게임으로 벌렸다.
시즌 초반 잠시 주춤했던 삼성은 독주 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팀 득점(385점), 팀 실점(293점), 팀 평균자책점(3.55) 등 주요 지표가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팀 타율 2할7푼2리는 롯데(.273)보다 단 1리 낮은 2위다. 윤성환이 돌아오면 선발진은 오히려 남아돌고 불펜, 타력 등 흠잡을 곳이 없다. 45승 2무 31패, 승패 마진 +14로 전반기를 마친 삼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력한 우승후보라고 입을 모은다.

내심 선두 재탈환을 노리던 롯데로선 삼성의 질주로 후반기 노선을 결정해야 할 기로에 섰다. 현재 선두 삼성을 견제하는 나머지 7개 구단의 선택을 '합종연횡(合從連衡)'으로 비유할 수 있다. 합종연횡은 중국 전국시대 7개 국가 가운데 가장 국력이 강했던 진(秦)나라를 두고 펼친 나머지 6개 국가의 외교정책에서 유래했다. 진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나머지 6개국이 힘을 합하는 게 합종, 진나라를 인정하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게 연횡이다. 롯데로선 삼성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느냐, 아니면 독주 체제를 갖추고 있는 삼성을 견제하는 쪽보다 2위 수성에 힘을 쏟느냐의 갈림길이다.
정규시즌 우승은 롯데가 아직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숙원이다. 그렇지만 그 해 패권을 차지하는 건 한국시리즈 타이틀을 차지했을 때다. 롯데가 앞서 우승을 달성했던 1984년과 1992년 모두 아래로부터 올라왔다. 기세가 오른 삼성을 잡기위해 총력전을 펼치다간 자칫 2위 자리마저 놓칠 수 있다. 실제로 롯데는 3위 넥센에 1게임, 4위 두산에 1.5게임 차로 쫓기고 있다. 차라리 포스트시즌을 염두에 두고 전력을 비축해 2위를 유지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삼성과의 상대전적도 부담스럽다. 게임차를 좁히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맞상대 시 잡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롯데는 삼성을 상대로 3승 1무 6패로 상대전적에서 뒤지고 있다. 후반기에 삼성과 9경기나 남아있는 게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반면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선 정규시즌 우승이 필수다. 2000년대 이후 정규시즌 우승팀과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는 2001년 두산 베어스(정규시즌 우승 삼성) 뿐이었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체력을 비축하고 상대 전력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건 최종 우승을 위한 지름길이다.
여기서부터 롯데의 고민이 시작된다. 전력은 삼성이 롯데보다 앞서는 게 사실이다. 전반기를 2위로 마친 건 롯데에겐 만족할 만한 성과다. 그래서 양승호 감독은 "전반기 우리 팀은 100점"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양 감독은 "후반기에 송승준과 사도스키가 살아나 준다면 (삼성과) 싸워 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롯데 역시 후반기에 전력상승 요인이 남아 있다. 후반기에 강한 송승준과 사도스키가 제 몫을 해 주면 충분히 해 볼만하다는 게 양 감독의 계산이다.
일단 롯데가 삼성과 선두싸움을 벌여 보려면 후반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3연전이 중요하다. 한화를 상대로 롯데는 올 시즌 홈에서 5승 1무로 절대 강세지만 원정에선 2승 4패로 열세다. 에이스 쉐인 유먼이 3연전 첫 경기 선발로 등판할 예정. 한화와의 3연전 결과에 따라 롯데의 노선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