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기세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
넥센은 지난 20일 목동 롯데전을 5-3으로 승리하며 전반기를 마쳤다. 넥센은 전반기 78경기에서 40승2무36패 3위로 2008년 팀 창단 후 전반기 마감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반기를 30승47패 최하위로 마쳤던 넥센의 기세는 그야말로 '괄목상대(刮目相對)'다.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갖춘 넥센은 이제 타팀에게도 승을 챙기는 팀이 아닌 껄끄러운 대상이 됐다.

넥센이 후반기에도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전반기 넥센을 가능하게 했고 후반기에도 창단 첫 가을 야구를 위해 팀에 꼭 필요한 'ABC'를 모아봤다.
▲ Ace- 나이트+밴 헤켄 '원투 펀치'
팀의 에이스. 지난해 넥센과 올해 넥센이 다른 것만큼 지난해의 나이트와 올해의 나이트가 다르다. 넥센의 우완 브랜든 나이트(37)는 지난해 7승15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리그 최다패 투수였으나 무릎 부상에서 자유로워진 그는 올해 9승2패 평균자책점 2.22(1위)로 명실상부 팀의 에이스가 됐다.
나이트도 놀랍지만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앤디 밴 헤켄(33)의 활약은 더 값졌다. 밴 헤켄은 올 시즌 7승3패 평균자책점 3.44로 나이트와 16승을 합작하며 원투 펀치를 형성했다. 다만 최근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에 실패하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올 가을까지 넥센이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밴 헤켄의 호투와 타선의 도움이 절실하다.

▲ Base steal-한 걸음 더 가는 야구
팀에 언제든 뛸 수 있는 '그린 라이트'를 부여받은 선수가 6명이나 되는 것은 드물다. 넥센은 8번 빼고는 다 뛴다. 홈런 전체 1위 강정호(25)는 15개의 도루를, 타점 1위 박병호(26)는 도루 8개를 기록하고 있다. 전반기 유일하게 세 자릿수(111개) 도루를 성공시킨 넥센은 한 박자 빠르고 한 걸음 더 가는 야구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고 있다.
김시진(54) 넥센 감독은 "주자가 2루에 있을 때에 비해 1루에 있는 것은 안타 한 개를 더 필요로 한다. 그만큼 확률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며 언제든 뛸 것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 위험한 3루 도루도 감행하며 상대팀의 혼을 빼놓는 넥센의 빠른 야구는 기복이 없다는 점에서 장타력보다 오히려 더 큰 무기다.
▲ Chance-주전과 백업은 종이 한 장 차이
"우리 팀은 젊은 선수들에겐 기회의 땅이다". 팀의 약한 전력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 언제든 실력을 발휘하면 주전이 될 수 있는 넥센의 열린 문은 절실한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됐다. 주전과 백업의 능력차가 적은 것도 오히려 젊은 선수들에게 경쟁을 불러 일으켰다.
김민성(24)이 비운 자리는 서건창(23)이 채웠고 강정호가 비운 자리는 김민성이 채웠다. 지난해 문성현(21)은 김영민(25)의 부상으로 생긴 선발 자리를 꿰찼고 김영민은 올해 문성현의 빈 자리를 메우는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을 겪었다. 무엇보다 기회의 가장 큰 수혜자는 지난해부터 한 번도 4번타자를 뺏기지 않은 거포 박병호다.
그러나 넥센이 후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서 한 경기 한 경기의 결과에 조급함을 가진다면 기용되는 선수는 한정될 것이고 다양한 선수들에게 기회가 갈 수 없다. 이는 내년, 내후년을 더 기대하는 넥센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만약 넥센이 자랑하는 이 세 가지가 후반기까지 쭉 이어질 수 있다면 넥센은 '의외로 떨어지지 않는 팀'에서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풀타임으로 처음 뛰는 선수들이 많은 것은 불안 요소지만 그 뒤를 받쳐줄 백업들이 지난해에 비해 탄탄하다. 올 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는 넥센. 올해 어떤 표정을 지으며 가을을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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