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끊긴 '슈퍼 신인' 에 관한 기록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7.23 06: 41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는 넥센 서건창이다. 서건창은 전반기 타율 2할9푼9리(13위) 16도루(8위) 38득점(16위) 28타점(32위)으로 넥센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만약 서건창이 올해 신인왕을 차지한다면 역대 최초 2루수 신인왕·역대 두 번째 신고선수 출신 수상자가 된다. 여기에 KIA 박지훈(2승 2패 9홀드 3세이브 ERA 3.09)이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2008년 LG 입단 후 방출, 현역 복무, 그리고 신고선수로 입단해 주전을 꿰차기 까지 서건창의 성공신화는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준다. 서건창은 개인 성적만 뛰어난 게 아니라 넥센의 테이블세터로 전반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더욱 점수를 줄 수 있다.
만약 올 시즌 서건창이 신인왕을 수상하게 된다면 이른바 '중고 신인왕'이 5년 연속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 2007년 두산 임태훈 이후 한국 프로야구는 삼성 최형우-두산 이용찬-두산 양의지-삼성 배영섭으로 이어지는 신인왕을 배출한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신인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마이너리그 수련기간을 거쳐야 한다. 박찬호가 1994년 미국진출 첫 해에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게 역대 17번째 였을 정도다.

학생야구를 마친 선수가 프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순수 신인왕 명맥이 끊긴 건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괴물 신인'의 등장이 필요하다. 2006년 데뷔 첫 해 투수 3관왕을 독식했던 한화 류현진, 1992년 신인으로 팀을 리그 정상으로 올려놓은 롯데 염종석 등 슈퍼스타의 탄생은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를 한 단계 올려놓았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신인선수가 리그를 호령하는 이른바 '슈퍼 신인'을 본 지가 꽤 오래됐다. 프로야구 역사상 신인이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건 모두 36명 있었다. 1983년 삼성 김시진(17승) 이후 2006년 류현진(18승)까지 그 명맥이 이어지다 지금은 6년 째 명맥이 끊어졌다. 올해도 신인 가운데 최다승이 두산 변진수·LG 최성훈의 3승이라 사실상 10승 달성이 힘든 상황이다.
신인 선수가 마지막으로 투수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던 것도 2006년 다승·탈삼진·평균자책점 3관왕 류현진이 마지막이다. 류현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5년 삼성 오승환이 승률왕(.909)을 차지했었고, 2002년 현대 조용준이 28세이브로 이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또한 KIA 김진우는 2002년 177탈삼진으로 데뷔 첫 해 탈삼진왕이 됐다.
 
타자 쪽은 눈에 띄던 신인을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타격 부문 신인 마지막 타이틀은 1996년 현대 박재홍이 차지했던 홈런왕(30개)이다. 마지막 신인 타격왕은 1993년 삼성 양준혁(.341)이며 1987년 빙그레 이정훈은 124안타로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했다.
신인 3할 타자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1998년 삼성 강동우(.300)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선 신인 3할이 안 나오고 있다. 지난해 신인왕 배영섭은 2011년 7월까지 규정타석을 채우며 정확히 타율 3할을 기록했지만 이후 부상으로 인해 타율 2할9푼4리에 만족해야 했다. 신인 두 자릿수 홈런 역시 2009년 KIA 안치홍(14개) 이후 누구도 기록하지 못 하고 있다.
올해 서건창은 신인으로서 두 가지 뜻 깊은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3할 타율 달성에 성공한다면 강동우 이후 14년 만에 기록 달성자가 된다. 여기에 고졸 선수가 마지막으로 신인 3할을 기록한 건 1983년 롯데 유두열(.307)이었다. 또한 16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서건창이 14개의 도루를 보태면 역대 7번째 신인 30도루 고지에 오르게 된다. 서건창의 후반기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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