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창고 43’ 명동점, “육즙은 제대로 가두었는가?”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2.07.23 11: 59

“고기의 육즙을 어떻게 잘 살리느냐, 그게 좋은 맛을 내는 관건입니다.” 을지로 2가 파인에비뉴 빌딩 지하 1층 널찍한 공간(450석)에 자리 잡은 ‘창고 43’. 이 맛집을 이끌고 있는 최종원 총괄사장은 고기와 불, 그리고 ‘창고 43’만의 비결인 ‘육즙 가두기’를 관리하느라 기자가 찾은 그 날도 잠시의 여념이 없었다.
‘창고 43’이 이곳에 문을 연 것은 지난 6월 4일. 그렇다고 이 곳을 단순히 새로 생긴 고깃집 정도로 보면 큰코다친다. 이미 영등포와 여의도에서 10년 가까이 맛의 비결을 가다듬어온 ‘창고 43’의 명동 지점이기 때문이다. 입맛 까다로운 여의도 증권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을지로-명동 권역으로 진출한 7호점이다.
이 고깃집의 영업 비결은 단순하고 우직하다. 좋은 고기와 무쇠 솥, 그리고 육즙을 가두는 ‘주태기름’이 전략이고 비결이다. 며느리에게도 안 가르쳐주는 ‘특수 양념’도 없고 질 좋은 참나무 숯 같은 화려한 불놀이도 없다. 대신 “좋은 고기는 그 자체로 가장 좋은 맛을 낸다”는 ‘창고 43’의 철학이 있다.

육즙을 가두는 구실을 하는 ‘주태기름’은 소의 콩팥을 둘러싸고 있는 기름 덩어리다. 센 불에 달군 무게 4kg짜리 무쇠솥에 주태기름을 두르고 그 위에 질 좋은 고깃덩어리를 얹는다. 순간 주태기름이 고기 면을 빠르게 ‘코팅’하고 육즙은 고기 덩어리 안에 그대로 갇히게 된다. 육즙이 위로 솟을 즈음, 한번 뒤집어 반대쪽을 ‘코팅’하게 되면 육즙이 살아있는 요리가 완성된다.
잘 익은 고기는 절대로 가위를 쓰지 않는다. 쇠주걱을 이용해 고기를 결대로 찢어야 고유의 맛를 살릴 수 있다. 이렇게 잘 익은 고기를 간장이 스며든 파절이와 같이 먹으면 고기 고유의 맛이 입안을 감싼다. 화려한 양념에 길들여졌던 미각이 이제야 고기 원래의 맛을 찾았노라고 아우성친다.
최 사장은 “충주 지역에서 생산 되는 AAA와 AA등급 고기만 씁니다. 한 곳에서만 공급을 받을 때 생길 수 있는 변수를 방지하기 위해 3군데서 공급을 받고 있어요. 순수 한우 고기를 공급받아 조미료나 양념을 일절 쓰지 않고 일정 시간을 숙성 시킵니다. 손님 식탁에 오르기 바로 전에 천일염을 둘러 고기 고유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둡니다”라고 말한다.
주 메뉴로는 ‘창고 스페셜’과 ‘창고 프라임’이 있는데 ‘창고 스페셜’은 ‘안심=스테이크용’이라는 관념을 깨고 과감히 구이용으로 사용해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최 사장은 “안심은 육즙이 풍부하고 고기가 연해요. 스테이크용으로만 쓰이던 것을 구이용으로 내놓아 봤는데 손님들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아마 이런 시도는 우리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라며 웃었다. 안심과 등심, 채끝등심 모듬으로 구성 된 ‘창고 스페셜’은 180g 1인분에 3만 5000원을 받는다. 최 사장은 “최고급 재료를 쓰면서도 가격은 고급 식당의 70~80% 선에 맞췄다”고 한다.
안창살, 갈비살, 살치살, 치마살, 부채살 등 특수부위로 구성 된 ‘창고 프라임’은 150g 1인분에 4만 8000원이다. 
고기를 먹고 난 뒤 식사용으로 나오는 된장찌개(6000원)가 또 이 집의 특미다. 전통 된장에 ‘스지’라고 하는 양지 쪽 힘줄과 한우 덩어리를 듬뿍 넣은 된장찌개는 그 자체로 독립메뉴로 삼아도 될 만큼 감칠맛이 돈다. 여느 된장찌개처럼 공깃밥과 찌개가 따로 나오는 식이 아니고 고기를 구운 무쇠불판에 찌개를 쏟고 청양고추를 흩뿌린 다음 아예 밥을 만다. 알싸한 청양고추의 뒷맛을 느낄 새도 없이 입에서는 후루룩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왜 점심특선 같은 독립 메뉴로 내놓지 않느냐는 물음에 최 사장은 “재료가 원가 이상이기 때문에 고기를 드신 손님들에게만 제공합니다”라고 말한다. 
‘창고 43’에서는 독특하게 도올 김용옥 선생의 철학도 접할 수 있다. 매장 입구에 커다랗게 표구 된 글귀는 도올이 직접 써준 ‘천기지미’라는 4글자다. ‘무릇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하늘의 기운을 받고 땅에서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창고 43’ 프랜차이즈를 이룩한 고운 회장이 도올 선생의 강의를 들으며 친분을 쌓아 저 글귀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도올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그런 지 ‘창고 43’의 슬로건 또한 무시무시하다. 매장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글귀는 “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결코, 반칙하지 않겠습니다”이다. 철학이 분명하니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음식점을 하는 이들에겐 마치 저승사자와도 같은 유명한 TV 프로그램이 있다. MBC TV ‘불만제로’, KBS TV ‘소비자 고발’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비양심을 고발만 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정직한 이들에게 칭찬을 할 요량으로 정량, 원산지 표시 모범식당으로 ‘창고 43’이 소개됐다고 한다.
맛을 담는 곳간이라는 뜻의 ‘창고’는 알겠는데 ‘43’이라는 숫자는 무슨 의미가 담고 있을까? 최종원 사장(사진)은 “전국 프랜차이즈를 43개만 운영하겠다는 뜻입니다”고 말한다. 허허… 세상에. 수백 단위를 돌파했다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난장을 펼치고 있는 판에 겨우 43개?
최 사장의 설명은 그래서 더 크게 다가온다. “원래의 맛과 철학을 잃지 않고 유지, 관리하기 위해서는 43개 정도가 적당하다는 게 회장님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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