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30, 오릭스)의 올스타전 연타석 2루타는 전반기 활약상과 뒷심이 잘 녹아 있는 장타였다. 더불어 후반기 기대감까지 잘 보여준 것이었다.
이대호는 23일 모리오카시 이와테 현영야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올스타전 3차전에서 퍼시픽리그 대표 1루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장, 두 번째와 세 번째 타석에서 잇따라 2루타를 날렸다. 선두타자로 나선 2회 첫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에 그친 이대호는 3-0으로 앞선 3회 2사 3루에서 4-0으로 달아나는 좌월 2루타를 날렸다. 이어 6-1로 앞선 5회에는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 연타석 2루타는 이대호가 전반기 홈런(15개)과 타점(56타점)에서 2관왕을 차지한 위용 뿐 아니라 좌우를 가리지 않는 당겨치고 밀어치는 스프레이 히팅 능력까지 선보인 것이었다.

이날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한 이대호는 7회 수비에서 이나바 아쓰노리(니혼햄)와 교체돼 올스타전을 모두 마쳤다. 퍼시픽리그는 이대호의 활약이 첨가되면서 센트럴리그에 6-2로 승리, 앞선 1,2차전 패배에 그나마 자존심을 세웠다.
이대호도 1차전 3타수 무안타(선발 1루수 4번타자), 2차전 1타수 무안타(교체 출장)의 아쉬움을 씻어내며 올스타전 3경기 동안 7타수 2안타(.286) 1타점을 기록했다.
이대호가 치른 3번의 올스타전은 전반기 활약과 비교해도 흥미롭다. 이대호는 올스타전 직전 가진 홈런 더비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 올스타전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예선에서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를 누른 이대호는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을 꺾어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이는 이대호가 시즌 전 일본프로야구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것과 비교할 수 있다. 9경기 연속 홈런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2차례나 타격 3관왕을 달성했다. 2010시즌에는 타격 7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막상 시즌에 들어가자 고전했다. 4월 18일 소프트뱅크전에서는 타율이 1할대(.196)까지 떨어졌다. 지난 20일 올스타전 1차전에서 1루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대호였으나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모두 내야 땅볼에 그쳤다. 실제 이대호는 시즌 초반 외야로 가는 타구가 드물었다. 2차전에서는 아예 교체 출장, 1타수 무안타였다.
이대호는 4월이 지나면서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꾸준하게 타율을 끌어올리더니 5월에는 월간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 5일 니혼햄전에서 시즌 첫 3할 타율 고지를 밟았다. 이후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 19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3할(.302) 타율에 복귀했다. 올스타전 마지막 경기에서 2연타석 2루타를 친 것과 닮아 있다.
올스타전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2루타 2개는 이대호의 컨택과 스프레이 히팅 능력도 담겨져 있다. 첫 2루타는 좌월이었다. 그런데 상대 선발 미우라 다이스케(39, 요코하마)가 던진 4구째 100km대 초 슬로커브를 당겨쳐 좌익수 키를 훌쩍 넘기는 2루타였다. 최고구속이 147km에 달하는 미우라가 던진 회심의 100km대 슬로커브는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었으나 이대호는 정확하게 가격해냈다.
두 번째 2루타는 우측선 안에 떨어진 2루타였다. 오타케 칸의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낮게 깔리는 것이었지만 잘 밀어쳐 안타로 연결했다.
하지만 이날 2루타 2개는 오는 25일부터 교세라돔에서 라쿠텐전을 통해 재개될 정규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간다. 과연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3관왕을 차지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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