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구조 불균형·현지 흥행 부진’ WBC, 계륵으로 전락하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7.24 11: 29

계륵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인가.
전 세계 최정예 야구 선수들이 모이는 유일한 대회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수익구조 불균형과 현지 흥행 부진이란 벽에 마주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선수회는 지난 20일 2013년 3월에 열리는 제3회 WBC 불참을 결의했다. 불참 결의 주요 원인은 불균형한 수익구조. 2009년 2회 WBC의 경우, 총 수익이 약 1800만 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MLB와 선수회가 33%를 챙겼고 우승팀 일본은 13%, 준우승팀인 한국은 9%를 받는 데 그쳤다. 

일본 선수회는 이 같은 조건이 주최측이 과도하게 수익을 독점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예전부터 꾸준히 수익구조 수정을 요구해왔고 결국 ‘대회 불참’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2회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 WBC 흥행에 중심에 자리했던 일본이 불참할 경우, WBC는 겨우 2번 만에 파행에 치달을 수 있다.
수익구조 불균형 외에 현지 흥행 부진도 WBC가 넘어야할 부분이다. 2009 WBC가 2006 WBC에 비해 관중동원이나 시청률 모두 향상됐지만 여전히 현지에선 주요 이벤트와는 거리가 있다. 2009 WBC의 총관중은 2006 WBC보다 38% 증가한 약 45만명으로 집계됐는데 문제는 정작 본선 무대인 미국에서 매진된 경기가 전무했다는 점이다.
2009 WBC에서 매진된 경기는 총 4경기로 모두 예선격인 1라운드에서 나왔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전 2경기와 일본과 중국 경기, 그리고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와 네덜란드 경기만 매진됐고 정작 미국에선 단 한 경기도 매진을 기록하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 현지보다는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캐나다와 미국의 경기에 4만3000명이 입장, 2라운드 최다 관중을 기록한 바 있다.
현지 시청률의 경우, 메이저리그 전국중계 경기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였다. WBC에서 미국 현지 최다 시청률을 기록한 경기는 2009 WBC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경기로 시청률 2.0%·시청자 264만5000명이었다. 이는 당해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디비전 시리즈 평균인 시청률 3.19%·시청자 427만명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사실 미국에서 3월은 ‘3월의 광란’이라 불리는 미국대학농구(NCAA) 토너먼트가 화제의 중심에 자리하는 시기다. 2006·2009 WBC가 열릴 때도 미국 현지 언론은 WBC보다는 NCAA 토너먼트를 집중보도했다. 또한 대부분의 지역 언론은 야구섹션에 WBC보다는 지역 메이저리그 팀 스프링캠프 소식을 실었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제외된 상황에서 WBC는 분명 나름의 의의가 있다. 특히 야구팬들에게 WBC는 전세계 최정예 야구 국가대표팀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대회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은 지난 2번의 WBC에서 12승 4패 승률 7할5푼으로 참가국 최다승과 최고승률을 달성,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WBC가 수익구조 불균형과 현지 흥행 부진을 극복하고 축구의 월드컵처럼 세계적 이벤트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두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빛 좋은 개살구’로 남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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