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홍콩배우 임달화가 한국 스태프들의 열악한 환경에 목소리를 냈다. 영화 '도둑들'(최동훈 감독, 25일 개봉)의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임달화는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스태프들을 영화계가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라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외국배우가 걱정하는 한국영화계의 문제. 임달화는 "배우들이 자신의 개런티에서 조금씩 떼서 스태프들에게 주자"란 제안을 했다.
- 처음 캐스팅은 어떻게 됐나?
▲ 어느 날 최동훈 감독한테 전화가 와서 시나리오가 한 편 있는데 읽어볼 생각이 있냐고 하더다. 처음 읽었을 때 첸(임달화)과 씹던껌(김해숙) 이야기를 보고 짧긴 하지만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이 로맨스가 어쩌면 애정관을 변화시킬 수 있겠다고, (관객들에게)뭔가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국적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로맨스가 너무 재미있다고 느꼈다.

- 김해숙의 매력은?
▲김해숙은 요리를 정말 잘하더라. 된장찌개를 끓여줬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예전에 '툼레이더' 촬영 때는 안젤리나 졸리와 밥 먹을 때 어디 가서 사 먹는 정도였는데 김해숙은 직접 음식을 해줘 너무 좋았다. 요리 솜씨도 정말 뛰어나고 인품도 좋은 배우다.
- '도둑들'을 본 소감은?
▲어제(23일) 본 게 한국버전이라 중국어나 영어자막은 없었지만 마카오박(김윤석), 팹시(김혜수), 뽀빠이(이정재)의 삼각관계와 첸과 씹던껌의 로맨스, 예니콜(전지현)과 잠파노(김수현)의 감정선 들이 와닿아서 재미있게 봤다. 최동훈 감독이 캐릭터들을 잘 잡아내서 만든 것 같다. 첸과 씹던껌, 국적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사랑이 힘들지만 얼마나 아름답고 흥미로운 지 보여줘서 좋다. 최동훈 감독과 지하 주차장 총격신을 얘기할 때 첸과 씹던껌을 떨어뜨리지 말고 같이 있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첸이 씹던껌을 보호해주는 동선이 많다. 최소한 한 발의 총알이라도 막아주고 싶은 남자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영화들을
보면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밀쳐내고 쏭을 쏘는 장면이 많은데 로맨스가 담긴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 한국배우들과 같이한 작업은 어땠나?
▲작업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같이 현장에서 농담도 많이 하고 물론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서로가 마음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이었기 때문에 마음으로 소통해서 너무나 즐거운 작업이었다. 한국배우들은 어떤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프로페셔널하다. 난 한 번도 홍콩에서 예니콜처럼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배우를 보지 못했다. 나도 대역을 쓰는 건 안 좋아하지만 예니콜이 미술관에서 뛰어내리고 김윤석이 와이어 액션 장면을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배우로서는 당연한 태도인 것 같지만 감명 받았다. 어쩌면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대역 없이 직접 몸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영화 후반부 마카오박 액션을 봤을 때는 그가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나도 두 달전에 영화를 찍었는데 대역을 안 쓰고 했다. 아내에
게 그 영상을 보여주니 나보고 미쳤냐고 했다. 김윤석의 아내는 김윤석을 혼낼 지는 모르겠다. 갓 결혼한 전지현의 남편은 어떻게 반응했는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전지현은 액션 배우가 아니라 섹시 아이콘인데 어떻게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다.
- 영화에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데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첸이 제일 좋다.
- 액션 연기를 주로 했는데 혹시 멜로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나?
▲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번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최동훈 감독의 전작들을 좋아했고,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의 로맨스를 영화에서 그린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끌린 것 같다. 첸과 씹던껌의 로맨스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첸과 씹던껌은 일주일밖에 살지 못하는 나비처럼 짧은 시간동안 사랑하고 새로운 세계로 가 버렸는데 그래서 더욱 애틋함이 묻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봤을 때 좋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최동훈 감독에겐 좋은 캐릭터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 한국에서 문화쇼크 같은 것을 느낀 적은 있는지?
▲ 사실 문화 쇼크라기 보다는, 충격을 받은게 한국 스태프들이 너무 고생한다는 것이다. 홍콩은 일하는 시간이 규정으로 정해있기도 하고 오버 차지를 주기도 하는데 한국은 없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 그래서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서로 격려하면서 열심히 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대한 한국 스태프들을 영화계가 많이 도와줬으면 하는 것이다. 나도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극한의 상황에서도 감독님 옆에서 격려를 많이 해주려고 노력했다. 혹시 한국배우들이 할 수만 있다면 자기 개런티를 조금씩 내놓길 바란다. 투자사들도 그런 식으로 해주면 좋을 것 같다. (한국배우들이 들으면 싫어할 것 같은데?) 좋은 취지로 도와주자고 한 얘기니까. 다섯 명의 배우가 있다면 이 다섯 명이 한 명을 도와주자는 취지다.
- 본인도 초과 수당을 안 받고 이번 영화 작업을 했다던데?
▲ 아무래도 감독님이 너무 좋아서. 스태프들 모두 프로페셔널하고 현장이 즐거워 초과 수당을 받으며 일한다는 생각보다 즐겁게 논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은 현장이 집과 같은데 이번 현장은 너무 행복했다.
- 한국배우들 중에 원빈을 좋아하고 박찬욱 감독과도 작업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 원빈과 같이 느와르나 액션을 해보고 싶다. 내가 원빈 씨 아버지 역할로 나오면 어떨까. 내가 원빈씨 여자친구를 뺏는거다. 하하. 젊은 나이의 배우들 중 굉장히 훌륭한 것 같다. 박찬욱 감독 같은 경우는 아주 상업적인 감독은 아니지만 영화에 자신만의 감각이 있고,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감독이기에 같이 작업하고 싶다.
- 최근 한국영화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 아주 국제화됐다고 생각한다. '도둑들' 같은 경우도 그렇고, 한국영화 같은 경우는 틀에 박히고 구속받지 않고, 문화에 열려 있어서 국제적으로 발전하는 작품들이 앞으로도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 홍콩에서 제작진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 아무래도 홍콩을 내가 잘 알고, 내가 현지에서 얘기하는 게 더 일이 쉽게 풀리는 면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많이 도왔다.
- 김해숙에게 부르는 특별한 애칭이 있었나?
▲ 애칭 보다는 기회가 되면 '사랑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한편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팀이 된 한국과 중국의 프로 도둑 10인이 펼치는 범죄 액션 드라마. 영화 '타짜', '전우치' 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네 번째 작품으로 배우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오달수, 김수현 그리고 임달화, 이신제, 증국상까지 한·중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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