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시즌 1용병' 한화의 결정, 2008년 삼성 꿈꾼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7.25 07: 15

한화 이글스 외국인투수 좌완 션 헨(31)이 결국 팀에서 방출됐다.
한화는 24일 대전구장에서 벌어질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앞서 션 헨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브라이언 배스의 대체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션 헨은 14경기에 등판,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8.40으로 부진했다. 지난 12일 잠실 두산전에는 깜짝 선발로 전환했으나 3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최근 등판이었던 19일 대전 삼성전에선 4타자를 상대로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며 2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선발 1경기 1패 평균자책점 9.00, 불펜 13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8.25 등 어느 쪽으로도 인상적인 모습을 못 보여줬다.

한화 한대화(52) 감독은 잔여시즌을 대체 외국인선수 없이 이끌어 갈 의향을 밝혔다. 한 감독은 "대체용병의 영입 보다는 팀의 미래를 위해 경험이 필요한 신진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 한화는 외국인선수를 한 번만 교체했기에 교체 카드가 남아 있지만 산술적으로 4강진출 확률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눈 앞의 성적보다는 팀 유망주에 기회를 주는 쪽을 택했다. 여기에 현재 시점에서는 사실상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힘들다는 현질적인 이유도 더해졌다.
이제 한화가 벤치마킹을 해야 할 대상은 2008년 삼성 라이온즈다. 삼성은 웨스 오버뮬러와 제이콥 크루즈를 대신해 영입된 톰 션 두 명의 외국인투수로 시즌 중반을 꾸렸다. 하지만 오버뮬러가 17경기에서 6승 8패 평균자책점 5.82로 외국인투수 다운 성적을 기록하지 못하고, 션은 한술 더 떠 7경기에서 6패 평균자책점 10.73으로 역대 외국인투수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결국 삼성은 그 해 7월 16일 두 선수를 동시에 방출하는 강수를 뒀다. 당시 선동렬 감독은 전력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외국인투수 대신 국내 선수로 시즌을 꾸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삼성의 성적은 41승 48패, 선두 SK에 16.5게임 뒤진 6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또한 3위 한화에 8.5게임 뒤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삼성은 올림픽 휴식기 이후 상승세를 타고 한화를 5위로 끌어내리며 4강행 막차를 탔다. 외국인투수를 바꾸고 8.5게임을 따라잡은 것이다. 삼성은 8월 4강행의 희망이 보이자 존 애니스를 뒤늦게 영입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한 감독은 2008년 당시 삼성의 수석코치로 몸담고 있었다. 삼성의 기적같은 상승세를 상세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이때 삼성은 두 선수가 방출된 대신 젊은 선수들을 고루 기용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한화 구단의 실질적인 목표는 4강 진출보다는 탈꼴찌. 7위 LG와 6.5게임 차이인 가운데 2008년 삼성이 보여줬던 상승세를 재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대신 자리를 얻은 한화의 젊은 투수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 안승민·양훈·김혁민·유창식 등 이미 1군급 선수 뿐 아니라 정민혁·정재원·이태양 등도 새로 생긴 한 자리를 뚫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설령 팀 순위가 당장 달라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션 헨의 자리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를 발견할 수 있다면 한화의 이번 선택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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