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리즈, 총체적 난국 속에 길을 잃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7.25 07: 11

컨트롤 부재와 단순한 투구패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LG 강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29)가 7월 평균자책점 9.47로 악몽과 같은 한 달을 보내고 있다.
리즈는 올 시즌 마무리 보직에서 실패를 맛본 후 선발투수로 복귀, 안정감을 찾는 듯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벽에 갇혔다. 24일 후반기 첫 경기였던 잠실 두산전에서는 4⅔이닝 6실점으로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했다. 마무리투수 시절 나타났던 컨트롤 불안에 직구 위주의 단순한 투구 패턴까지 더해져 상대 타자들에게 집중타를 맞는 모습이 빈번하다.

이날도 첫 실점은 밀어내기 볼넷이었다. 2사 2, 3루에서 순간적으로 컨트롤을 잃어버려 연속 볼넷으로 상대에게 선취점을 내줬다. 이제는 리즈의 공이 하나라도 높게 형성되면, LG 덕아웃은 싸한 공기가 가득해지는 것과 동시에 다른 투수를 대기시켜야만 할 지경이다. 실제로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강판, 0이닝 4실점으로 초장부터 상대에게 승기를 내준 바 있다.
직구 위주의 단순한 투구패턴도 문제다. 경기당 리즈의 직구 비율은 65%를 상회하는데 이제는 한국 타자들이 리즈의 직구를 마음껏 골라서 공략하고 있다. 리즈의 공이 높게 형성되기 시작하면 컨트롤 난조에 빠진 것을 알고 다음 공을 기다리며 리즈가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았을 때는 여지없이 직구를 노리고 정면승부에 들어간다. 아무리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공이라고 해도 예상했던 구종이 정교한 로케이션 없이 들어온다면 타자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리즈 역시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시즌 전부터 부단히 직구 로케이션을 강조해왔다. 우타자의 무릎을 향해 직구를 구사, 내야 땅볼을 유도하는 것에 집중하며 경제적인 투구를 펼치려했다. 투구패턴도 다양하게 가져가기 위해 주력 변화구로 사용했던 슬라이더 외에 포크볼과 커브도 연마했다. 실제로 리즈는 5월 선발투수로 복귀한 후 상대타자 몸쪽에 과감하게 직구를 집어넣고 바깥쪽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 지난 시즌 16번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던 모습을 재현하며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정상적인 로테이션이 아닌, 잦은 등판이 부진의 원인인 것 같았다. 리즈는 6월 29일 문학 SK전에서 2이닝을 투구하는 중 경기가 우천으로 노게임 선언, 3일 휴식 후 바로 선발등판에 임했지만 5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이후 8일 경기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강판된 후 다시 3일 휴식 후 등판, 18일 잠실 SK전에서 4⅓이닝 3실점으로 이번에도 연달아 부진했다. 그러나 리즈는 18일부터 정상적인 로테이션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고 24일 경기는 6일 휴식 후 등판이었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현역시절부터 수많은 외국인 선수와 함께 뛰어온 LG 김기태 감독은 리즈의 심성을 두고 "기존 도미니카 선수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곤 한다. 모든 도미니카 선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리즈만큼 착한 도미니카 선수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는 게 김 감독의 평가. 김 감독은 리즈가 마무리투수에서 실패했을 때에도 자신의 판단 미스가 리즈를 힘들게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팀 동료들 역시 리즈가 부진에 빠질 때면 리즈의 기를 살려주려 노력한다. 그만큼 리즈는 8개 구단 어느 외국인선수보다 팀 동료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리즈는 팀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외국인 선수다. 게다가 LG 투수진은 외국인 투수 한 명이 부진에서 탈출하길 기다려줄 만큼 탄탄하지 못하다. 외국인 투수가 적어도 퀄리티스타트는 찍어줘야 투수진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작년 입단부터 160km에 달하는 초유의 강속구를 보유, 어느 외국인 선수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던 리즈지만 지금 모습이 반복된다면 절대 다음 시즌을 보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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