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도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장미란(29, 고양시청)과 사재혁(27, 강원도청)이 런던에서 만날 도전자와 라이벌은 누가 있을까.
한국 역도에 있어 런던은 특별한 기억이 남아있는 약속의 땅이다. 지금으로부터 64년 전 열린 1948년 런던올림픽은 한국이 최초로 태극기를 앞세워 출전한 첫 하계올림픽으로 이 대회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긴 종목이 역도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도사의 기념비가 될 김성집(93) 고문의 동메달 이후 64년 만에 다시 한 번, 한국 역도 대표팀은 런던에서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특히 한국 역도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장미란과 사재혁의 어깨는 유달리 무겁다. 안 그래도 '가장 무거운 금메달'이라고 불리는 역도 금메달에 특별한 무게가 더해진 셈이다.

2연패를 목표로 하는 장미란과 사재혁이 런던에서 만날 상대는 결코 만만치 않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빛 바벨을 들어올렸던 '챔피언'을 꺾기 위한 도전자들의 기세가 무섭기 때문이다. 특히 줘루루와 루샤오쥔을 앞세워 장미란과 사재혁의 올림픽 2연패를 막으려는 중국은 한국 역도가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도전자이다.
생애 첫 출전한 2011 파리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인상 146kg, 용상 182kg을 들어올리며 합계 328kg으로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중국의 저우루루(24)는 133kg의 거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자신감 넘치는 파워가 특징이다. 중국의 '비장의 무기'였던 저우루루는 2009 중국체전 준우승자이자 인상(148kg) 비공인 세계기록 보유자기도 하다.
중국 여자역도의 간판스타였던 탕공훙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혔던 무솽솽마저 장미란에 밀려 고배를 마시자 중국은 그동안 숨겨뒀던 비장의 무기 저우루루를 드디어 꺼내든 것. 여기에 저우루루보다 먼저 장미란의 세계기록(326kg)을 깼던 러시아의 타티아나 카시리나(21)도 여자 +75kg급 챔피언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사재혁 역시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용상 77kg급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의 라이벌은 자신의 생애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 꿈을 무너뜨렸던 중국의 루샤오쥔(27) 쑤다진(25) 듀오. 인상(174kg)과 합계(378kg) 세계기록 보유자인 루샤오쥔은 사재혁 스스로도 라이벌로 꼽을 정도로 강하다. 쑤다진 역시 사재혁이 부상으로 몸을 추스르는 동안 맹활약하며 루샤오쥔에 이어 2011 역도 세계랭킹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장미란과 사재혁의 가장 큰 도전자는 따로 있다. 바로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장미란과 사재혁, 그들 자신이다. 장미란은 "챔피언도 도전자다. 나도 도전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금메달리스트라는 사실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해 도전하겠다"고 런던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장미란의 라이벌이 근력과 파워를 갖췄다면 장미란은 이제 노련함과 멘탈을 무기로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는 셈이다.

사재혁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5월 평택에서 열린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 체력 관리를 위해 체중 감량 없이 85kg급으로 체급을 바꿔 출전했던 사재혁은 바벨을 들어올리며 "아, 한 번 더 올림픽 나가도 되겠는데"라고 생각했다. 도전 욕구가 끓어올랐다.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 그래서인지 긴장도 되지 않고 (오히려)편한 것 같다"는 사재혁은 런던을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의 장으로 삼아 승부사 기질을 한껏 펼쳐보일 생각이다.
1948 런던올림픽 한국 첫 메달의 영광에 이어 64년 만에 다시 한 번 런던의 영광을 노리는 장미란과 사재혁. 부담의 무게마저 바벨에 얹어 가뿐히 들어올릴 그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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